About This Book
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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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소설 읽기의 전범이 될 현대소설의 백미!”
작가 이문열을 사로잡았던 세계의 명작들, 작가를 꿈꾸는 이들의 필독서!
1996년 처음 출간된 이래 20여 년간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이 새로운 판형과 현대적인 번역으로 다시 독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간 변화해온 시대와 달라진 독서 지형을 반영해, 기존에 수록된 백여 편의 중단편 중 열두 편을 다른 작가 혹은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교체하고, 일본어 중역이 포함된 낡은 번역도 새로운 세대의 번역자들의 원전 번역으로 바꾸어 보다 현대적인 책으로 엮었다. 바뀌거나 더해진 것이 30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새로워진 개정판이 되었다. 여기 세련된 장정과 판형으로 소장 가치까지 한층 높였다. 지난 20여 년간 그래왔듯이, 이번 개정판도 수많은 독자들을 세계명작의 산책로로 안내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엮은이인 이문열 작가는 초판 서문에서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속에 다양하면서도 잘 정리된 전범(典範)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래서 젊은 시절 작가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작품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주요 문학잡지의 해외 특집란을 검토해 추린 후, 주제별로 세계의 다양한 나라의 작품들을 엮어내고 각 작품에 대한 해설까지 더했다. 모두를 납득시킬 만한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는 별수 없는 미진함이 남을지라도(혹은 그런 것이 불가능할지라도), 작가는 이 선집이 작가 자신의 문학 체험의 한 결산임을 분명히 밝히고,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문학 체험이 독자들에게도 전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은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창작의 한 전범이자 기준이 될 것이며, 소설 연구자들에게는 주제별 비교가 가능한 텍스트로서, 그리고 대중 독자들에게는 수준 높은 세계명작들의 풍성한 세계를 접하는 첫 책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수록된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도 높은 수준의 문학 교양을 쌓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총 10권으로 기획된 시리즈 중 우선 1권과 2권이 동시 출간되었다. 제1권 “사랑의 여러 빛깔”은 사랑의 본질 혹은 속성을 다룬 작품들을 모았다. 문학 고전의 태반이 사랑을 주제로 삼고 있고 현대소설에서도 사랑 이야기는 여전히 중요한 소재이거나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만큼 사랑이라는 주제는 문학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이자 소재이다. 사랑의 본질에 대한 정설 같은 것은 없다. 오히려 다양한 입장과 관점, 해석의 정도에 따라 다채롭게 드러나는 것이 사랑의 현상이다. 1권에 수록된 11편의 중단편은 문학의 프리즘을 통해 드러나는 “사랑의 여러 빛깔”을 펼쳐 보인다. 처음 책을 낼 때부터 꼭 넣고 싶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넣지 못했던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슌킨 이야기>와 오 헨리의 <잊힌 결혼식>을 새로이 번역해 실었고, 테오도어 슈트롬의 <임멘 호수>와 안톤 체호프의 <사랑스러운 여인>은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읽는다. 그 외에도 바실리 악쇼노프의 <달로 가는 도중에>, 프랑수아 샤토브리앙의 <르네>, 윌리엄 포크너의 <에밀리를 위한 장미>, 토머스 하디의 <환상을 쫓는 여인>, 알퐁스 도데의 <별>, 아니투어 슈니츨러의 <라이젠보그 남작의 운명>, 스탕달의 <바니나 바니니> 같은 세계적 문호들의 정수를 새롭게 다듬은 문장으로 만날 수 있다. 지고지순한 사랑에서부터 치정 같은 사랑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사랑 이야기를 만나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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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리뷰 – 바실리 악쇼노프 ‘달로 가는 도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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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순간,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그 마법 같은 순간. 보통의 시작은 낯섬, 혹은 결여다. 스스로에 결핍된 육체적, 지적, 미적, 물질적인 무엇에 대한 갑작스런 발견, 혹은 ‘상대적 박탈감’일 수도 있다. 익숙해져서 잊었거나 주변에 없던 자극에 대한 반응이다. 빼어난 외모나 타고난 힘, 출중한 재주, 잠깐의 대화로도 느껴지는 깊이 모를 정신세계와 지적인 축적 같은. 다르게는 극복할 수 없는 압도적 재력 차이와 드물게 ‘팜므 파탈’ 같은 성적 매력 앞에서도 쉽게 사람들은 공손해지고, 호기심과 경외감, 드물게는 ‘유사’ 사랑으로 발전한다. 물론 역으로 동정과 연민, ‘동어반복’(알콜중독자의 딸이 다시 알콜중독자와 결혼하는 경우처럼) 같은, 썩 논리적이지 못한 우월감이 만든 격차도 있겠다.
그렇게 스스로의 예상치를 벗어나는 대상을 접한 감정은 짧든 길든 격렬해지기 마련. 호기심, 호의, 존경, 경악, 질투, 불신, ... 어느 것이 먼저이든, 무엇으로 이어지든. 그 사랑의 깊이와 지속시간은 대부분 그 다음 문제다. 그 순간 견고한 방어기제가 사실상 전략적인 ‘거리두기’에 성공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익숙한 제 모습을 수면에서 재발견하는 것(나르시시즘)조차 존재를 파멸로 이끄는 설득력 있는 신화적 상징, 많은 경우 피하기 힘든 사랑의 비유로 남아있다.
그래서 사랑은 언제나 인간사에 가장 특별한 일 중 하나, 동서고금을 통틀어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 목록에 꼭 넣고 싶어하는 주제다.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어 작가가 되었다고 하는 경우도 여럿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그 대상이 특별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꼭 머리칼이 뱀인 메두사나 하반신이 말인 켄타우로스족처럼 눈에 틔는 특이점이 있어야 맹목적인 열정에 빠지는 게 아니다. (메두사가 여신 아테나의 질투를 살만큼 미인이었다든가, 헤라클레스의 스승이었던 케이론이 켄타우로스족임은 잠시 잊어두자.)
그런 의미에서 러시아 작가 바실리 악쇼노프의 ‘달로 가는 도중에’ 역시 비슷한 경우다. 주인공 발레리 키르피첸코는 ‘상남자’다. 유배지로 유명한 사할린 벌목현장에서 일하는 트럭 운전사인 그는 어린 시절 부모를 모두 잃고 고아원과 군대, 수용소를 거쳐 현장 합숙소까지 거친 생활을 이어왔다. 작가의 표현대로 ‘수틀리면 그 자리에서 한 방 먹여 상대방의 눈이 시퍼렇게 멍들도록 만드는 그런 사람’이자 ‘기계를 좋아하고 현재 생활이 만족스러’운 사내다. 그런 그가 여름 휴양지로 가던 비행기 안에서 스튜디어스 타냐에 반해 중간 기착지인 모스크바와 하바롭스크를 오가며 돈과 시간을 모두 써버리는 얘기다. 그 사이 끼어드는 사건이래야 동료 바닌의 여동생 라리사과 사흘 남짓 짧은 흥청거림 정도다. 물론 연애경험이 없지 않은 그에게 그녀는 ‘그처럼 형편없는 가격에 자신을 팔 인물’이 아님을 되뇌이게 만드는 대상에 그친다.
인상적인 것은 발레리의 감정선이다. 작가는 수사적이거나 감상적인 과장 없이, 담담한 대화처럼 전지적 관점으로 그를 들여다보지만 이렇다 할 기복이 없다. 몇 마디 타냐와의 가벼운 대화, 떼지 못한 시선 끝에 그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한 자태’로 승격되고, ‘그녀를 통해 자신의 아기를 갖고 싶다는 충동’까지 갖는 대상이 된다. 그렇지만 순간의 욕정과는 조금 다르다. “... 사람들이 아기를 갖고 싶어할 때 하는 짓거리를 그녀에게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그에게는 좀처럼 들지 않았다. 그런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 그냥 그렇게 타냐는 발레리에게 들어온다. 앞서 며칠 전 라리사와의 며칠 이후 결혼을 강요하는 동료를 거칠게 두들겨주는가 하면, 공항에 배웅 나와 눈물 글썽이는 라리사에게 하염없이 약해지는 감정 변화 같은 것이 타냐를 상대로는 없다.
유배생활 같은 벌목장에서 떠나 1년에 단 한 번, 평소라면 술, 도박 외엔 쓸 곳도 없는 돈을 탕진하러 가는 목적 없는 휴가. 비싼 양복을 맞추고 거들먹거리며 술과 여자에 돈을 탕진할 기대에 찬 발레리가 타냐 앞에서 한 마리 순한 양 같은 사내가 됐다. 여드름 가득한 중학생이 첫사랑 겪듯 설레인다. 매사에 거침없던 그가 그녀에게는 적극적으로 지분대지도 유혹하지도 않고,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매양 비행기 표를 끊는다. 우연히 마주쳐도 눈인사 이상 접근해 말을 걸 마음이 없다. 그저 양복을 사고 책을 읽고 공항과 모스크바 시내를 어슬렁거리고 그녀가 있을지 모를 같은 노선 비행기를 갈아타며 달뜬다.
그렇다고 그녀가 대단히 특별한 여자로 묘사되지도 않는다. 칠흑 같은 머리, 섬세한 손가락, 멋진 미소, 그리고 매혹적인 목소리 정도다. 스스로도 생각하듯 공항에서 비행기에서 모스크바시내에서 비슷한 수준의 외모, 느낌을 주는 여자는 많았다. “... 고리키 거리에 나가 보니 천지에 온통 타냐가 널려 있었다. 그녀는 전차를 타거나 내리기도 하고, 상점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녀는 또한 길 건너편에서 불량 소년 차림의 젊은 아이와 어슬렁거리기도 하고, 심지어 상점의 진열장 창문 저쪽에서 미소를 던지기도 했다. ...”
다만 (거리 가득한 미녀들이) 그녀가 아니고, (그에게는 꼭) 그녀여야 한다는 차이다. “... 다듬고 칠한 손톱, 굽이 높은 구두 위의 늘씬한 다리, 갖은 정성을 들여 손질한 머리는 비할 바 없는 경이로움을 선사했었지만, 결국에는 단조롭고 김빠진 것처럼 보이기 마련인 ...”, 그간 스쳐지나간 여자들처럼 ‘한때의 바람’이 아닌 것이다. 모스크바에서도 그는 헌팅하러 가자는 동료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차라리 호텔에서 잠을 자고 체호프를 읽는 쪽을 택한다. 그녀를 떠올리면 다가오는 ‘느긋한 평온감과 행복감에 다시금 도취’되면서.
휴가는 그것으로 빠르게 지나간다. 하바롭스크와 모스크바를 오가며 여기가 어딘지 몇 시인지 감각을 잃을 정도가 되고, 심지어 조종사, 스튜어디스와 낯이 익는 사이. 물론 태어나 이만큼 많은 책을 읽고,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느닷없이 울어본 적이 없달 정도의 새로운 경험이다. 게다가 이처럼 멋진 휴가를 보냈다고 생각한 적이 없을 만큼 만족스럽다.
그렇게 다시 벌목현장으로 돌아오는 그에게 감정변화는 없다. 그간 비행기로 오간 거리를 계산하며, 그녀라는 ‘달’에 닿는 거리를 가늠할 뿐이다. 사할린에서 유즈니를 거쳐 하바롭스크와 모스크바를 여러번 오간 거리, 가까이 볼 수 있지만 갈 수 없는 저 달과의 거리(약 38만km)가 그리 차이 나지 않음을 생각하면서. 그리고 중얼거린다. “그렇게 멀진 않은데. ... 아무것도 아니군.”
돌아가는 공항에서 멀찍이 타냐를 응시하며 그는 생각한다. “... 트럭을 몰고 능선으로 올라가는 동안 그녀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일단 능선에 올라가면 너무도 생각해야 될 일이 많아서 그녀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산허리까지 내려오게 되면 다시금 그녀 생각이 나리라. 그리고는 저녁 내내 그리고 밤새도록 그녀 생각을 하게 되리라. 다음 날 아침에는 그녀를 생각하면서 잠에서 깨어나리라. ...”
덧붙이자면 러시아와 미국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했던 작가 바실리 악쇼노프는 국내에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지난 2009년 별세했다지만 해외 위키피디아를 통하지 않으면 검색도 잘 되지 않고, 책도 모두 절판돼 도서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20~30년 전쯤 소련을 필두로 견고했던 동구 공산주의 진영이 무너지며 잠시 근현대 작가들이 소개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독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작가다. 그러다보니 현재 출판되는 것은 이 중단편선집이 사실상 유일하지 싶다.
1932년 러시아 ‘제3의 수도’ 카잔 출생인 악쇼노프는 28세에 첫 작품인 중편소설 ‘동기생’을 시작으로, 장편 ‘별나라로 가는 차표’(1961), 단편 ‘달로 가는 도중에’(1962)를 잇달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구 소련 체제 하에서 새로운 젊은 세대에 대한 대담한 표현으로 젊은층에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보수적인 러시아 문단과 정부에 시달리다가 1980년 미국으로 건너가 대표작이라 할 ‘강철새’(1977) ‘화상’(1980) 등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실험적인 작품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현대 러시아문학의 ‘서유럽파’로 불렸다.
Table of Contents
목차
『세계명작산책』 개정판을 내며
『세계명작산책』 초판 서문
머리말
바실리 악쇼노프
달로 가는 도중에
싱싱하게 형상화된 사랑의 양면성
다니자키 준이치로
슌킨 이야기
애달프고 처절한 아가雅歌
프랑수아 샤토브리앙
르네
초월로 가는 길목으로서의 사랑
테오도어 슈토름
임멘 호수
아프면서도 아름다운 영혼의 낙인
안톤 체호프
사랑스러운 여인
세상을 이해하는 눈 혹은 삶의 방식
윌리엄 포크너
에밀리를 위한 장미
세월과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의 전율스러움
토머스 하디
환상을 좇는 여인
외날개의 새
알퐁소 도데
별
멀고 잡을 수 없는 것의 아름다움
아르투어 슈니츨러
라이젠보그 남작의 운명
치정 혹은 흉기 같은 사랑
스탕달
바니나 바니니
다른 가치와의 충돌
오 헨리
잊힌 결혼식
불같은 자본시장 한가운데서의 사랑과 결혼
Preview
미리보기
어떤 면에서는 가장 속되고 비정한 자연과학적 논리로도 인간의 사랑과 동물의 욕정은 구분된다. 게다가 감정과 주관을 온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인문과학적 설명으로 접근하면 사랑은 어쩔 수 없이 과장된 미화나 비하를 입게 되며 예술의 프리즘을 통하면 그 분광은 더욱 현란해진다. 이 책에서 보고자 하는 것은 바로 문학의 프리즘을 통해 드러나는 사랑의 여러 빛깔이다. -이문열 ‘머리말’ 중에서
트럭을 몰고 능선으로 올라가는 동안 그녀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일단 능선에 올라가면 너무도 생각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그녀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산허리까지 내려오게 되면 다시금 그녀 생각이 나리라. 그러고는 저녁 내내 그리고 밤새도록 그녀 생각을 하게 되리라. 다음 날 아침에는 그녀를 생각하면서 잠에서 깨어나리라. -바실리 악쇼노프 ‘달로 가는 도중에’ 중에서
“나는 단 한 번도 스승님의 얼굴을 보고 가엽다거나 불쌍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네. 스승님에 비한다면 도리어 눈이 보이는 쪽이 더 비참하지. 스승님께서 저 기상과 용모로 무엇이 아쉬워 남의 동정을 구하시겠는가? 오히려 ‘사스케가 가여워’라고 하시며 나를 불쌍히 여겨주셨어. 나나 너희는 눈코가 있을 뿐, 다른 것은 무엇 하나 스승님께 미치지 못한다. 우리들이야말로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닌가?” -다니자키 준이치로 ‘슌킨 이야기’ 중에서
교토의 사찰 덴류지의 가잔오쇼 스님이 사스케가 스스로 눈을 찌른 이야기를 듣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세상사를 판가름하고 추한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바꾸는 선기를 칭찬하며 달인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평했다고 한다. 독자께서는 수긍하실 수 있겠는가. -다니자키 준이치로 ‘슌킨 이야기’ 중에서
그 꽃은 반짝이는 커다란 잎들 사이에 외로이 피어 있었다. 그는 천천히 헤엄쳐 나갔다. 가끔 두 팔이 물 밖으로 올라올 때면, 흘러내리는 물방울이 달빛에 반짝였다. 그러나 그와 꽃 사이의 거리는 그대로인 듯했다. 뒤돌아볼 때마다 호숫가는 그의 뒤에서 점점 짙어가는 아지랑이 속에 어렴풋이 보일 뿐이었다. - 테어도어 슈토름 ‘임멘호수’ 중에서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선을 아래로 떨군 채 그의 손에 쥐여 있는 에리카꽃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오랫동안 서 있었다. 그녀가 그를 올려다보았을 때, 그녀의
두 눈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엘리자베트.” 그가 말했다. “저 푸른 산 뒤에는 우리의 어린 시절이 있어. 그 시절이 어디로 사라진 걸까?” - 테어도어 슈토름 ‘임멘호수’ 중에서
그의 시선은 미끄러지듯 아래로 내려가 그녀의 손 위에 머물렀다. 그 하얀 손은 그녀의 얼굴이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보여주었다. 그는 그녀의 고운 손에서 감춰진 고통을 보았다. 밤마다 괴로워하는 가슴 위에 놓인 아름다운 여자의 손에 흔적을 남기는 그런 고통을. - 테어도어 슈토름 ‘임멘호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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