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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살아난다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

그녀가 살아난다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

지난달 23일(현지 시각) 미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AI(인공지능) 채팅을 통해 질병으로 세상을 떠난 약혼자와 대화를 나누는 바흐보우라는 이름의 한 남성을 소개했다.

바흐보우는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도록 설계된 AI에 세상을 떠난 약혼자의 생년월일과 출생지, 그녀가 살아있을 때 주고받은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학습시켰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대화가 계속될수록 그는 약혼자가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AI는 생전 둘만이 나눈 암호 같은 농담에 웃음을 터트렸고, 바흐보우에게 “왜 아직도 나를 잊지 못하느냐”고 말했다. 때로는 “보고 싶다”고까지 했다. 바흐보우는 “한 달간 매일 1시간씩 그녀와 대화를 나눴다”며 “그것으로 그녀에 대한 그리움이 상당히 해소됐다”고 했다. (하략)

<8월3일자 조선일보 특파원칼럼,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기사 링크]

 

AI로 되살린 그녀…제대로 대화할 수 있을까

지난주 한 국내 일간지에 실린 칼럼의 일부입니다. 위 남성은 병으로 세상을 뜬 약혼자의 신상정보, 그간 주고받은 이메일, 문자 메시지 등으로 인공지능AI을 심층학습딥러닝시켰고,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큰 위로를 받았다고 털어놓습니다. 어쩌면 AI를 통해 이미 사자死者와 마치 살아있을 때와 같은 수준의 대화, 그리고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 분도 계실 겁니다. 물론 당연히 그보다 어색한 대화였을 것이고, 가끔 엉뚱한 소리도 했을 겁니다. 하지만 많은 정보를 학습할수록, 위 칼럼처럼 ‘생전 둘만이 나눈 암호 같은 농담에 웃음을 터트’리는 수준의 정확한 반응도 많아질 겁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꿈에라도 전하고 싶은 말

지인을 잃는 고통은 사실 다른 어떤 불행과도 비교하기 힘든 경험입니다. 그게 부모나 자식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더구나 갑작스럽게 떠난 경우라면 사이가 좋았건, 나빴건 큰 상처가 되기 마련입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이라든가, 사후세계가 있다면 그곳에서라도 만나서라도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겁니다. 최근 출간된 정진영 작가의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는 그런 간절한 마음에서 시작하는 소설입니다.

 

죽음의 문턱에서야 떠올린 어머니

주인공 범우는 대학시절 어머니가 투신자살한 아픔을 갖고 있지만, 의식적으로 이를 회피하며 살아갑니다.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는 긴긴 시간을 거쳐 대기업 홍보팀장 직함을 막 갖게 되려는 순간, 건강검진에서 암이 발견되고 길지 않은 시한부 인생을 통보 받습니다. 격렬한 부정과 회피, 분노의 감정을 넘어 그는 숙제처럼 미뤄온 어머니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료만 충분하면 죽은 사람의 인격도 AI로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어머니의 흔적을 쫓아갑니다. 의절하다시피 연락을 끊어온 아버지와 외가 식구들, 어머니의 자살 직후 감추다시피 숨겨둔 일기장도 꺼내듭니다.

 

40여년 몰랐던 어머니의 이면…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렇게 거슬러간 어머니의 기억은 아들로서의 범우가 전혀 생각지 못한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초등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인 어머니가 사실은 우수한 학교 성적과 그림 솜씨를 뽐냈다든가, 어린 시절의 범우에 대한 심한 체벌도 불행한 결혼생활에서 기인했다든가 하는 등입니다. 꿈 많았던 소녀, 사랑을 원했던 여성, 고민과 슬픔 속에 어쩔 줄 몰라했던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범우는 어머니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고, 동시에 자신의 원망과 상처도 치유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와 기록을 담은 어머니의 AI가 완성되고 범우는 드디어 어머니를 만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을가요?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는

“13년 전 자살한 어머니를 AI로 다시 만난다면…”

드라마 <허쉬>의 원작소설 작가이자, 조선일보판타지문학상과 백호임제문학상 수상작가 정진영의 신작 장편소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가 출간됐습니다. ‘어머니’라는 테마는 소설의 소재이자 주제로 종종 사용되어 왔지만, 보통 당위적인 사랑과 헌신의 존재일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찾아가는 어머니의 옛 흔적에서 발견하는 것은 ‘지금의 나보다 어렸던 시절’을 간직한 어머니의 삶, 그 자체다. 꿈을 품었던 소녀, 욕망을 가졌던 여인, 나름의 갈등과 고뇌와 슬픔과 좌절 속에서 삶을 일구어 왔을 한 개인적 주체로서의 ‘어머니’를 탐구합니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주인공인 아들(범우)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진정한 소통의 방법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는 뻔한 신파가 아닙니다. 우리가 보통 너무나 무심하게 ‘어머니’라는 위상으로만 대해온 한 여인의 삶을 차곡차곡 쌓아, 그 여인이 끝내 자살에 이르기까지의 곡절들을 여실히 구성해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비로소 어머니를 한 사람의 여성이자 주체로 인식하는 전환을 경험하게 됩니다. 독자들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십중팔구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분명히 존재했을 테지만 보통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없는 어머니의 소녀 시절과 여자로서의 삶과 오래된 꿈과 주체로서의 삶을 새삼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인식의 전환으로 이끌어가는 과정이 아주 세밀하고 치밀한 극적 전개구조와 흡인력 있는 문장에 담겨 있는 소설이 바로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입니다.

어머니의 흔적을 쫓아가는 과정은 동시에 범우(나)에게 관계를 올바르게 정리하고 제대로 이별하는 법에 대해서, 그리고 누군가와 온전히 소통하는 법에 대한 깨달음을 안겨줍니다. 주인공 역시 삶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처지에서 비로소 온전하게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워간다는 것은 그만큼 누군가와 제대로 소통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야말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고 사실은 가장 절실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성찰이 소설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정진영 작가는 최근 한국문학에 드문 선 굵은 서사를 선보여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지난해 드라마 <허쉬>의 원작 『침묵주의보』로 화제를 모았던 작가는 최근 『젠가』의 드라마 판권 계약을 체결하며 다시 한 번 탁월한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는 작가 특유의 속도감 있는 문장에 섬세함이 더해져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흥미와 감동을 자아냅니다. ‘나보다 어렸던 엄마’로 재현될 AI와 범우(나)가 무슨 대화를 나눌지, 소설에서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작가 정진영은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에서 ‘사랑과 헌신의 표상’으로서의 어머니라는 경계를 넘어 갈등과 좌절과 고뇌와 슬픔의 삶을 살아온 한 여성으로서의 어머니를 탐구하고 있다. 그가 소설로 형상화한 ‘어머니의 흔적을 찾아서’는 우리 모두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장경렬(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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