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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공격성이 빚어내는 처절미 [우상숭배자들 – 세계명작산책 7 사내들만의 미학]

광기와 공격성이 빚어내는 처절미 [우상숭배자들 – 세계명작산책 7 사내들만의 미학]

광기로서의 신앙…아무 설득력 없는 공격성의 표출

「우상숭배자들」을 읽은 것은 내게 색다른 문학 체험이었다. 여기서는 우리가 다른 작품에서 흔히 보는 미학적 장치는 찾아볼 수가 없다. 신앙은 거룩함을 지향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쉽게 아름다움으로 전화轉化될 수 있는 그 무엇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신앙은 오직 광기로만 추구되고 있다. 비록 합리적이기까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근거만 있으면 인간의 투쟁 또한 비장한 아름다움을 획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 속의 투쟁은 아무 설득력 없는 공격성의 표출일 뿐이다.

사디즘에 다름없는 끔찍한 살육극 묘사

해가 진 뒤에도 핏빛으로 물든 밤하늘 아래 공포에 찬 사람들을 끌어내는 소설의 서두는 일견 괴기소설의 분위기를 풍긴다. 그러나 소설의 마지막 줄까지 이어지는 것은 괴기미怪奇美의 형상화가 아니라 사실적이어서 더 끔찍해 보이는 살육극의 묘사다. 사건도 발단에서 결말까지 도무지 이성이 맥을 못 추는 진행이라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것은 다만 인간의 광기와 공격성을 극단으로 과장함으로써 드러나는 작가의 사디즘뿐이다.

현대에도 반복되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내부의 광기와 공격성

하지만 조금만 겸손하게 세계와 인생을 돌아보면 우리가 믿는 질서, 우리가 믿는 논리란 것이 얼마나 근거 없고 억지스러운가를 금세 알 수 있다. 결국 정도의 차이일 뿐, 우리는 누구도 우리 내부의 광기와 공격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현대적 논리로 세련된 신앙인 이데올로기도 광기로부터 온전히 벗어나지는 못했고 여러 세기에 걸쳐 강조된 박애와 연민의 가르침에도 우리 내부의 공격성은 크게 줄지 않았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는 광기와 공격성을 드러낼 구실을 찾아 광장에 몰려 있는 라두사니 주민들이 웅성거리고 그들을 피의 제전으로 내몰려는 자코베가 수없이 기염을 토하고 있다.

어쩌면 작가는 영원히 구제받지 못할 우리의 맹목과 광기, 그리고 잠재울 길 없는 공격성과 가학 성향을 한 무리의 우상숭배자들을 통해 형상화하려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그 벌거숭이 본성이 연출하는 끔찍한 살육극은 우리에게 오히려 한 처절미悽絶美로 다가오는 것이나 아닌지.

1차대전 참전한 20세기 초 ‘이탈리아 국민영웅’ 단눈치오

이 작품을 쓴 가브리엘레 단눈치오는 20세기 초반 이탈리아의 국민적 영웅으로 숭앙받았던 시인이며 극작가이고 소설가이다. 그는 『조춘早春』이라는 시집으로 문단에 나온 이래 일련의 장편·단편 소설과 스케일이 큰 희곡에서 고루 대중적 인기를 누렸는데 그의 사상은 니체의 초인주의超人主義와 흡사한 데가 있었다. 그의 삶도 그가 구사하는 언어만큼이나 현란하고 인상적이어서 제1차 세계대전 때는 전투기 조종사로 싸웠고, 한때는 피유메 지방의 항독군抗獨軍 사령관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여기 실린 단편 「우상숭배자들」 외에 장편 『쾌락』, 『무고한 존재』도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소개된 바 있다.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7 – 사내들만의 미학』은

1996년 초판 발행 후 20여 년 만에 전면 개정된 『이문열 세계명작산책』의 첫 두 권 ‘사랑의 여러 빛깔’ 편과 ‘죽음의 미학’ 편에 이어, 세 번째로 ‘사내들만의 미학’ 편이 출간되었다. 고대 서사시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씩씩한 혹은 엄격한 사내들이 연출해낸 강건미와 비장미는 우리를 늘 감동시켜왔다. 고전적 영웅들의 화려한 무용담과, 영웅이기에 자주 겪게 되는 비극은 독자들에게 선망과 상찬, 분개와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때로 그 용기가 처절함에 이르고, 원칙에 대한 엄격함이 잔혹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 전율조차 미학적인 감동과 닿아 있다.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7 -사내들만의 미학』에서는 고전 영웅담에서 기원하여 현대적 변형을 입긴 하였으나 여전히 씩씩함과 엄격함을 잃지 않은 사내들의 이야기 열 편을 추려 실었다. 프로스페로 메리메의 「마테오 팔코네」, 모리 오가이의 「사카이 사건」,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우상숭배자들」, 헤르만 헤세의 「기우사」, S. W. 스코트의 「두 소몰이꾼」, 두광정의 「규염객전」, 러디어드 키플링의 「왕이 되고 싶었던 사나이」, 에르난도 테예스의 「그냥 비누 거품」, 조셉 콘래드의 「무사의 혼」, 가산 카나피니의 「가자에서 온 편지」는 모두 강건하고 비장한 사내들만의 미학을 품은 현대소설의 백미들이다.
소중한 아들과 사내의 원칙 사이의 선택을 다룬 첫 작품 「마리아 팔코네」에서부터 처절한 비정의 미학을 맛볼 수 있다. 역사적인 사건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사카이 사건」에서는 죽음 앞에 담대한 사나이들의 피 냄새가 물씬 피어오른다. 종교적 광기에 휘말린 사람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담은 「우상숭배자들」이 있는가 하면, 거룩함으로 승화된 비장미를 담아낸 「기우사」도 있다. 「두 소몰이꾼」에서는 단순한 문화의 차이조차도 불가항력적 비극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사내들만의 세계가 묘사되어 있고, 「규염객전」에서는 약간의 판타지를 가미해 천하를 이야기하는 장대함이 돋보인다. 죽음 앞에서의 태도로 진정한 의미에서 왕이 된 건달의 이야기를 그린 「왕이 되고 싶었던 사나이」를 읽고 난 후에, 정의를 품었음에도 심약해서 오히려 악의 강건미가 돋보이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그냥 비누 거품」을 읽으면 진정한 위엄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명예와 용기와 위엄과 신의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인 「무사의 혼」과 미국적인 관점에 익숙한 우리에게 팔레스타인의 입장에서 정의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가자에서 온 편지」도 수록되어 있다.

죽음과 광기와 피와 공포와 싸움이 주요한 소재이자 주제로 활용된 작품이 많은 만큼, 상당히 강렬한 이야기들을 품고 있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오랜 세월 살아남아 우리의 마음에 강인한 사내들이 자아낸 장엄함을 전해주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더더군다나 영웅들이 할리우드 영화나 만화를 통해 대중적으로만 소비되고 있고, 잘아지고 약해빠진 사내들의 낭패담이나 코미디가 진지한 문학의 대세를 이룬 요즘 시대에, 오랜 세월 문학의 묵직한 주제 중 하나였던 ‘사내다움’을 다룬 명작을 다시 읽는 것은 신선한 독서 체험이 될 것이다.
이번 개정신판에서는 초판에서는 없었던 「가자에서 온 편지」를 새롭게 실었다. 그간 미국과 유대인에 우호적인 시각에서만 조명되어온 팔레스타인 이야기를 팔레스타인 작가의 작품으로 새롭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마테오 팔코네」와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우상숭배자들」는 완전히 새롭게 번역되었다. 그 외의 작품들 역시 요즘 시대에 걸맞은 문장과 편집으로 새롭게 정비해 실었다. 각 작품 말미에는 이문열 작가의 해설이 함께 실려 있다.

작가 이문열을 만든 최고의 중단편 101편을 실은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개정신판은 총 10권으로 순차적으로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책 「이문열의 세계명작 산책 7-사내들만의미학」를 만나보세요.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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