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px
Image Alt

문화의 차이가 빚어낸 비극 [두 소몰이꾼 –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7. 사내들만의 미학]

문화의 차이가 빚어낸 비극 [두 소몰이꾼 –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7. 사내들만의 미학]

서로 존중하는 남자들 사이 증오 없는 살인

우리가 흔히 보는 살인은 극단적 증오의 표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이루어지는 살인은 그 증오가 없다. 오히려 자신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적 성격이 강하다.

여기서 로빈 오이그와 해리 웨이크필드는 둘 다 이름 있는 소몰이꾼으로 세상의 악과는 거의 무관한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결국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죽이고 마침내 그도 죽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더구나 둘 다 서로를 인정하고 은근한 애정까지 느끼면서도 모욕하고 죽인다.

 

각자의 문화에 충실했던 하이랜드-잉글랜드 사내들의 충돌

이 같은 비극을 이해하는 열쇠는 무엇보다 그들이 사내였으며 그것도 한 문화를 모범적으로 체현體現하고 있는 이들이었다는 점에 있다. 모욕의 방식과 그 해소에 관한 한 로빈 오이그는 하이랜드 문화를 대표하고, 해리 웨이크필드는 잉글랜드 문화를 대표한다. 그리고 여기서 비극적으로 형상화된 것은 바로 그 두 가지 다른 문화의 충돌이다.

모든 문화는 우열을 가르기가 쉽지 않다. 특히 언제나 수호守護를 떠맡아야 하는 남성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자신의 문화가 우월하거나 최소한 상대편과 등가等價를 이룬다. 따라서 그의 행동원리는 자신의 문화에 따를 수밖에 없다. 해리가 로빈을 모욕한 것도 로빈이 해리를 죽인 것도 그들 자신에게는 지켜야 할 의무와도 같은 행동 원리였을 뿐이다.

 

영국 근대 단편소설의 효시

이 작품은 19세기 초반에 쓰인 것으로 어떤 이는 영국 근대 단편소설의 효시로 친다. 하지만 또한 이 작품이 거의 2세기 전에 쓰였다는 사실 때문에 오늘날 단편소설을 공부하려는 이에게는 그리 세련된 전범이 되지 못한다. 특히 작품의 후반에 장황하게 실린 판사의 논고문은 성마른 현대의 비평가들을 약올리기 딱 알맞다. 행복했으리. 그런 것은 자기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단단히 믿고 있는 비평가들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쓰고 싶은 대로 글을 쓸 수 있었던 시대는.

 

『아이반호』로 잘 알려진 월터 스코트

이 작품을 쓴 스코트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영국 작가로 우리에게는 『아이반호』(혹은 『호반의 기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나 그 자신도 변호사가 되고 몇 가지 공직을 거쳐 작위爵位까지 얻었으나 결국은 소설가로 끝을 보았다. 그는 스코틀랜드 변경지대의 옛 전설과 민요, 독일의 시 등을 연구하며 문학적 취미를 기르고 재능을 닦아, 특히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에서 걸작을 많이 남겼다. 작품으로는 장편 『아이반호』 외에 『웨이버리』와 『가이어스타인의 앤』 등이 유명하다.

 

사실적이고 생동감 있는 묘사…루카치 “역사소설의 전범”

스코트의 소설들은 인물이 생동감 있게 묘사되고, 과거는 현실적 기반 위에 사실성과 미래에의 전망을 가지고 처리되는 것이 특색이다. 한때는 그저 한 역사소설가로 잊혀져가는 듯했으나 사실주의의 맹위에 힘입어 새로운 평가를 받게 되었다. 특히 루카치 같은 이는 주저없이 스코트의 작품들을 가장 탁월한 역사소설의 전범으로 친다.

여기 실린 「두 소몰이꾼」은 그의 흔치 않은 단편들 중 하나로 문학성보다 문학사적 의의를 더 크게 보는 이도 있다.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7 – 사내들만의 미학』은

1996년 초판 발행 후 20여 년 만에 전면 개정된 『이문열 세계명작산책』의 첫 두 권 ‘사랑의 여러 빛깔’ 편과 ‘죽음의 미학’ 편에 이어, 세 번째로 ‘사내들만의 미학’ 편이 출간되었다. 고대 서사시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씩씩한 혹은 엄격한 사내들이 연출해낸 강건미와 비장미는 우리를 늘 감동시켜왔다. 고전적 영웅들의 화려한 무용담과, 영웅이기에 자주 겪게 되는 비극은 독자들에게 선망과 상찬, 분개와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때로 그 용기가 처절함에 이르고, 원칙에 대한 엄격함이 잔혹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 전율조차 미학적인 감동과 닿아 있다.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7 -사내들만의 미학』에서는 고전 영웅담에서 기원하여 현대적 변형을 입긴 하였으나 여전히 씩씩함과 엄격함을 잃지 않은 사내들의 이야기 열 편을 추려 실었다. 프로스페로 메리메의 「마테오 팔코네」, 모리 오가이의 「사카이 사건」,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우상숭배자들」, 헤르만 헤세의 「기우사」, S. W. 스코트의 「두 소몰이꾼」, 두광정의 「규염객전」, 러디어드 키플링의 「왕이 되고 싶었던 사나이」, 에르난도 테예스의 「그냥 비누 거품」, 조셉 콘래드의 「무사의 혼」, 가산 카나피니의 「가자에서 온 편지」는 모두 강건하고 비장한 사내들만의 미학을 품은 현대소설의 백미들이다.
소중한 아들과 사내의 원칙 사이의 선택을 다룬 첫 작품 「마리아 팔코네」에서부터 처절한 비정의 미학을 맛볼 수 있다. 역사적인 사건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사카이 사건」에서는 죽음 앞에 담대한 사나이들의 피 냄새가 물씬 피어오른다. 종교적 광기에 휘말린 사람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담은 「우상숭배자들」이 있는가 하면, 거룩함으로 승화된 비장미를 담아낸 「기우사」도 있다. 「두 소몰이꾼」에서는 단순한 문화의 차이조차도 불가항력적 비극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사내들만의 세계가 묘사되어 있고, 「규염객전」에서는 약간의 판타지를 가미해 천하를 이야기하는 장대함이 돋보인다. 죽음 앞에서의 태도로 진정한 의미에서 왕이 된 건달의 이야기를 그린 「왕이 되고 싶었던 사나이」를 읽고 난 후에, 정의를 품었음에도 심약해서 오히려 악의 강건미가 돋보이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그냥 비누 거품」을 읽으면 진정한 위엄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명예와 용기와 위엄과 신의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인 「무사의 혼」과 미국적인 관점에 익숙한 우리에게 팔레스타인의 입장에서 정의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가자에서 온 편지」도 수록되어 있다.

죽음과 광기와 피와 공포와 싸움이 주요한 소재이자 주제로 활용된 작품이 많은 만큼, 상당히 강렬한 이야기들을 품고 있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오랜 세월 살아남아 우리의 마음에 강인한 사내들이 자아낸 장엄함을 전해주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더더군다나 영웅들이 할리우드 영화나 만화를 통해 대중적으로만 소비되고 있고, 잘아지고 약해빠진 사내들의 낭패담이나 코미디가 진지한 문학의 대세를 이룬 요즘 시대에, 오랜 세월 문학의 묵직한 주제 중 하나였던 ‘사내다움’을 다룬 명작을 다시 읽는 것은 신선한 독서 체험이 될 것이다.
이번 개정신판에서는 초판에서는 없었던 「가자에서 온 편지」를 새롭게 실었다. 그간 미국과 유대인에 우호적인 시각에서만 조명되어온 팔레스타인 이야기를 팔레스타인 작가의 작품으로 새롭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마테오 팔코네」와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우상숭배자들」는 완전히 새롭게 번역되었다. 그 외의 작품들 역시 요즘 시대에 걸맞은 문장과 편집으로 새롭게 정비해 실었다. 각 작품 말미에는 이문열 작가의 해설이 함께 실려 있다.

작가 이문열을 만든 최고의 중단편 101편을 실은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개정신판은 총 10권으로 순차적으로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책 「이문열의 세계명작 산책 7-사내들만의미학」를 만나보세요. [바로가기]

 

1

댓글 등록

f
1942 Amsterdam Ave NY (212) 862-3680 chapterone@qodeinteractive.com
[contact-form-7 404 "찾을 수 없습니다"]
Free shipping
for orders over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