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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약한 정의를 압도하는 악의 강건미 [그냥 비누 거품 –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7. 사내들만의 미학]

심약한 정의를 압도하는 악의 강건미 [그냥 비누 거품 –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7. 사내들만의 미학]

극도의 소심함으로 ‘사람백정’ 못죽인 이발사

작품 속의 이발사는 아마도 정의의 편에 서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심약은 안타깝다 못해 애처롭다. 그가 해야 할 일은 논의의 여지없이 명백하다. 운 좋게 손안에 들어온 사람 백정이나 다름없는 악당을 처형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온갖 새삼스런 논의와 자제와 소심 때문에 결국 기회는 비누 거품처럼 날아가버린다.

 

갖은 악행에도 당당한 정부군 대장의 배짱

그에 비해 악당은 어떤가. 온갖 끔찍한 악행에도 불구하고 그는 당당하고 거침없다. 더구나 그 이발사가 이미 반란군과 내통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시퍼런 그의 면도칼 아래 목을 맡기는 그의 배짱은 거의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면서도 마지막 한마디를 잊지 않는 그의 여유는 비록 악당이라 할지라도 사내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강건미剛健美의 한 특이한 결정이 될 것이다.

이 작품은 어떤 문학지의 해외 특집란에 소개된 적이 있는 소품이다. 그때는 그냥 재미있게 읽어 넘겼는데 세월이 지나도 그 강렬한 인상이 잊히지 않아 이번에 다시 찾아 실었다.

 

콜롬비아의 대표 에세이스트이자 소설가


작가 테예스는 콜롬비아의 대표적인 에세이스트이자 기자이며 문학평론가, 외교관, 소설가, 번역작가로 활동했다. 삼십여년간 문화 및 소설을 연구한 그는 콜롬비아 현대문학이 태동하기 시작한 1950년대의 산증인이다. 리얼리즘으로 점철되어 있던 종전의 문학을 비판적으로 탈신비화시키면서 새로운 현대문학을 향한 선구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그는 또한 전 세대들이 과소평가했던 시인 아우렐리오 아르투리오와 레온데 그레이프를 열렬히 칭송하면서 그들의 시 세계를 알리는 데 커다란 노력을 했다.

그의 문학 비평서로는 『불안한 세상』, 『숲속의 불빛』, 『문학』, 『문학과 사회』 등이 있으며 소설집으로는 『바람에 날리는 재』가 있다. 여기에 소개하는 소설 「그냥 비누 거품」은 『바람에 날리는 재』에 수록된 작품으로 중남미의 대표적인 단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7 – 사내들만의 미학』은

1996년 초판 발행 후 20여 년 만에 전면 개정된 『이문열 세계명작산책』의 첫 두 권 ‘사랑의 여러 빛깔’ 편과 ‘죽음의 미학’ 편에 이어, 세 번째로 ‘사내들만의 미학’ 편이 출간되었다. 고대 서사시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씩씩한 혹은 엄격한 사내들이 연출해낸 강건미와 비장미는 우리를 늘 감동시켜왔다. 고전적 영웅들의 화려한 무용담과, 영웅이기에 자주 겪게 되는 비극은 독자들에게 선망과 상찬, 분개와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때로 그 용기가 처절함에 이르고, 원칙에 대한 엄격함이 잔혹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 전율조차 미학적인 감동과 닿아 있다.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7 -사내들만의 미학』에서는 고전 영웅담에서 기원하여 현대적 변형을 입긴 하였으나 여전히 씩씩함과 엄격함을 잃지 않은 사내들의 이야기 열 편을 추려 실었다. 프로스페로 메리메의 「마테오 팔코네」, 모리 오가이의 「사카이 사건」,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우상숭배자들」, 헤르만 헤세의 「기우사」, S. W. 스코트의 「두 소몰이꾼」, 두광정의 「규염객전」, 러디어드 키플링의 「왕이 되고 싶었던 사나이」, 에르난도 테예스의 「그냥 비누 거품」, 조셉 콘래드의 「무사의 혼」, 가산 카나피니의 「가자에서 온 편지」는 모두 강건하고 비장한 사내들만의 미학을 품은 현대소설의 백미들이다.
소중한 아들과 사내의 원칙 사이의 선택을 다룬 첫 작품 「마리아 팔코네」에서부터 처절한 비정의 미학을 맛볼 수 있다. 역사적인 사건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사카이 사건」에서는 죽음 앞에 담대한 사나이들의 피 냄새가 물씬 피어오른다. 종교적 광기에 휘말린 사람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담은 「우상숭배자들」이 있는가 하면, 거룩함으로 승화된 비장미를 담아낸 「기우사」도 있다. 「두 소몰이꾼」에서는 단순한 문화의 차이조차도 불가항력적 비극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사내들만의 세계가 묘사되어 있고, 「규염객전」에서는 약간의 판타지를 가미해 천하를 이야기하는 장대함이 돋보인다. 죽음 앞에서의 태도로 진정한 의미에서 왕이 된 건달의 이야기를 그린 「왕이 되고 싶었던 사나이」를 읽고 난 후에, 정의를 품었음에도 심약해서 오히려 악의 강건미가 돋보이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그냥 비누 거품」을 읽으면 진정한 위엄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명예와 용기와 위엄과 신의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인 「무사의 혼」과 미국적인 관점에 익숙한 우리에게 팔레스타인의 입장에서 정의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가자에서 온 편지」도 수록되어 있다.

죽음과 광기와 피와 공포와 싸움이 주요한 소재이자 주제로 활용된 작품이 많은 만큼, 상당히 강렬한 이야기들을 품고 있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오랜 세월 살아남아 우리의 마음에 강인한 사내들이 자아낸 장엄함을 전해주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더더군다나 영웅들이 할리우드 영화나 만화를 통해 대중적으로만 소비되고 있고, 잘아지고 약해빠진 사내들의 낭패담이나 코미디가 진지한 문학의 대세를 이룬 요즘 시대에, 오랜 세월 문학의 묵직한 주제 중 하나였던 ‘사내다움’을 다룬 명작을 다시 읽는 것은 신선한 독서 체험이 될 것이다.
이번 개정신판에서는 초판에서는 없었던 「가자에서 온 편지」를 새롭게 실었다. 그간 미국과 유대인에 우호적인 시각에서만 조명되어온 팔레스타인 이야기를 팔레스타인 작가의 작품으로 새롭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마테오 팔코네」와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우상숭배자들」는 완전히 새롭게 번역되었다. 그 외의 작품들 역시 요즘 시대에 걸맞은 문장과 편집으로 새롭게 정비해 실었다. 각 작품 말미에는 이문열 작가의 해설이 함께 실려 있다.

작가 이문열을 만든 최고의 중단편 101편을 실은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개정신판은 총 10권으로 순차적으로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책 「이문열의 세계명작 산책 7-사내들만의미학」를 만나보세요.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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