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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 용기, 위엄, 신의 [무사의 혼 –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7. 사내들만의 미학]

명예, 용기, 위엄, 신의 [무사의 혼 –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7. 사내들만의 미학]

귀부인에 대한 기사도가 아닌, 서양적 무사정신을 그린 드문 소설

우리는 동양적인 무사정신에는 익숙한 편이다. 무사 혹은 무인武人이라는 말만으로도 공통된 하나의 상을 그려낼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중세 로망의 기사들 얘기 이후로 서구 무사의 정신이 제대로 그려진 소설은 흔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우선 이 「무사의 혼」은 한번 읽어볼 만한 가치를 지닌다.

우리에게 익숙한 관점에서 보면 이 작품은 한 귀부인에 대한 사랑을 배음背音으로 깔고 있어 진정한 무사정신에 닿아 있는지 의심이 일기도 한다. 하지만 서구의 무사정신이 기사도騎士道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그 같은 설정은 오히려 당연할 수도 있다. 동양의 무사정신이 주군에 대한 충성을 바탕으로 삼고 있는 데 비해, 서양의 기사도는 귀부인에 대한 사랑 쪽으로 더 기울어진 듯한 느낌이 든다.

명예심과 용기…동서양을 관통하는 무사의 혼

명예심과 용기는 동양과 마찬가지로 서구에서도 무사의 혼에서 빠질 수 없는 덕목이다. 드 카스텔이 아마도 연적戀敵 관계에 있었던 토마소프를 국가 기밀누설의 위험까지 감수하며 위기에서 구해주는 것이 바로 그 명예심의 용기가 빚어낸 결단이었다. 공적인 명예만이 명예는 아니며 싸움터에서 적에게 보이는 용기만이 무사의 용기일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런 드 카스텔에 대응하는 토마소프에게도 그 두 덕목에 의심을 품게 하는 구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망가진 육체와 믿음을 잃은 정신…죽음을 구걸하는 무사

위엄에 대한 무사의 집착은 드 카스텔에게서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누더기를 걸친 다치고 쇠잔한 육체와 신조를 잃어버린 정신, 그것은 바로 무사가 지녀야 할 위엄의 상실이다. 카스텔로 하여금 죽음을 갈망하게 만든 것은 그 같은 위엄의 상실에 절망한 무사의 혼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동양에서도 말한다. “장수는 죽일지언정 욕보이는 법이 아니다.”

콘래드가 그려내는 ‘근대 서구의 화용도’


무사의 또 다른 덕목인 신의는 토마소프에 의해 가장 인상적으로 실천된다. 토마소프는 신의를 요구하는 카스텔에게 안락사安樂死라고 하는, 그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주어 지난 은의의 빚을 갚는다. 우리는 거기서 근대 서구의 화용도華容道(관우가 적벽대전에 피해 쫓기는 조조를 놓아준 곳)를 본다.

‘사내들만의 심각한 놀이터와 그 비장한 놀이’ 격조 높게 묘사

그 밖에 이 작품에서 볼만한 것은 전쟁터와 전투를 묘사한 콘래드의 풍성하면서도 격조 높은 문장이다. 사내들만의 심각한 놀이터와 그 비장한 놀이에 대해 이만큼 생동감 있는 진실을 전해주는 글도 흔치 않다. 작가인 조셉 콘래드에 대해서는 간략하나마 앞서 소개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한다.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7 – 사내들만의 미학』은

1996년 초판 발행 후 20여 년 만에 전면 개정된 『이문열 세계명작산책』의 첫 두 권 ‘사랑의 여러 빛깔’ 편과 ‘죽음의 미학’ 편에 이어, 세 번째로 ‘사내들만의 미학’ 편이 출간되었다. 고대 서사시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씩씩한 혹은 엄격한 사내들이 연출해낸 강건미와 비장미는 우리를 늘 감동시켜왔다. 고전적 영웅들의 화려한 무용담과, 영웅이기에 자주 겪게 되는 비극은 독자들에게 선망과 상찬, 분개와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때로 그 용기가 처절함에 이르고, 원칙에 대한 엄격함이 잔혹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 전율조차 미학적인 감동과 닿아 있다.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7 -사내들만의 미학』에서는 고전 영웅담에서 기원하여 현대적 변형을 입긴 하였으나 여전히 씩씩함과 엄격함을 잃지 않은 사내들의 이야기 열 편을 추려 실었다. 프로스페로 메리메의 「마테오 팔코네」, 모리 오가이의 「사카이 사건」,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우상숭배자들」, 헤르만 헤세의 「기우사」, S. W. 스코트의 「두 소몰이꾼」, 두광정의 「규염객전」, 러디어드 키플링의 「왕이 되고 싶었던 사나이」, 에르난도 테예스의 「그냥 비누 거품」, 조셉 콘래드의 「무사의 혼」, 가산 카나피니의 「가자에서 온 편지」는 모두 강건하고 비장한 사내들만의 미학을 품은 현대소설의 백미들이다.
소중한 아들과 사내의 원칙 사이의 선택을 다룬 첫 작품 「마리아 팔코네」에서부터 처절한 비정의 미학을 맛볼 수 있다. 역사적인 사건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사카이 사건」에서는 죽음 앞에 담대한 사나이들의 피 냄새가 물씬 피어오른다. 종교적 광기에 휘말린 사람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담은 「우상숭배자들」이 있는가 하면, 거룩함으로 승화된 비장미를 담아낸 「기우사」도 있다. 「두 소몰이꾼」에서는 단순한 문화의 차이조차도 불가항력적 비극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사내들만의 세계가 묘사되어 있고, 「규염객전」에서는 약간의 판타지를 가미해 천하를 이야기하는 장대함이 돋보인다. 죽음 앞에서의 태도로 진정한 의미에서 왕이 된 건달의 이야기를 그린 「왕이 되고 싶었던 사나이」를 읽고 난 후에, 정의를 품었음에도 심약해서 오히려 악의 강건미가 돋보이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그냥 비누 거품」을 읽으면 진정한 위엄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명예와 용기와 위엄과 신의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인 「무사의 혼」과 미국적인 관점에 익숙한 우리에게 팔레스타인의 입장에서 정의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가자에서 온 편지」도 수록되어 있다.

죽음과 광기와 피와 공포와 싸움이 주요한 소재이자 주제로 활용된 작품이 많은 만큼, 상당히 강렬한 이야기들을 품고 있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오랜 세월 살아남아 우리의 마음에 강인한 사내들이 자아낸 장엄함을 전해주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더더군다나 영웅들이 할리우드 영화나 만화를 통해 대중적으로만 소비되고 있고, 잘아지고 약해빠진 사내들의 낭패담이나 코미디가 진지한 문학의 대세를 이룬 요즘 시대에, 오랜 세월 문학의 묵직한 주제 중 하나였던 ‘사내다움’을 다룬 명작을 다시 읽는 것은 신선한 독서 체험이 될 것이다.
이번 개정신판에서는 초판에서는 없었던 「가자에서 온 편지」를 새롭게 실었다. 그간 미국과 유대인에 우호적인 시각에서만 조명되어온 팔레스타인 이야기를 팔레스타인 작가의 작품으로 새롭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마테오 팔코네」와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우상숭배자들」는 완전히 새롭게 번역되었다. 그 외의 작품들 역시 요즘 시대에 걸맞은 문장과 편집으로 새롭게 정비해 실었다. 각 작품 말미에는 이문열 작가의 해설이 함께 실려 있다.

작가 이문열을 만든 최고의 중단편 101편을 실은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개정신판은 총 10권으로 순차적으로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책 「이문열의 세계명작 산책 7-사내들만의미학」를 만나보세요.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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