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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는 것도 사랑이라면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권 – 사랑의 여러 빛깔_달로 가는 도중에]

바라보는 것도 사랑이라면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권 – 사랑의 여러 빛깔_달로 가는 도중에]

모처럼 휴가를 떠난 트럭 운전사가 비행기에서 처음 본 스튜어디스에게 반합니다. 오지인 시베리아 벌목장에서 꼼짝없이 수년간 일만 했던 그의 지갑은 두둑하고, 휴가는 아직 한 달여 남았습니다. 어찌 보면 전형적인 사랑의 감정을 묘사하는 러브스토리, 멜로드라마. 여기까지만 보면 시작과 끝이 뻔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뜻밖의 방향으로 이야기는 흘러갑니다. 찰나의 순간,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그 마법 같은 순간은 어떻게 이어질까요?

처음 본 스튜어디스에 반한 트럭 운전사…뻔한 사랑 이야기일까요?

러시아 작가 바실리 악쇼노프의 단편소설 ‘달로 가는 도중에’는 소비에트연방 시절인 1962년 발표돼 당시 젊은층에 큰 인기를 끌었던 소설입니다. 몇 년 지나지 않아 영화로도 제작될 정도였습니다. 유려한 번역 문장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꼬박 60년 전의 작품임에도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

참고로 악쇼노프는 공산주의 사회에서 반대되는 자유로운 사상과 행동 방식, 대담하고 발랄한 소설로 당시 러시아 정부와 보수적인 문단의 눈 밖에 나 결국 1980년 미국으로 도망치다시피 건너갑니다. 그리고 90년대 중반에야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소위 현대 러시아문학의 ‘서유럽파’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바실리 악쇼노프 러시아 작가 바실리 악쇼노프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한 자태’…말도 제대로 못 거는 사랑앓이

다시 소설로 돌아가면, 남자 주인공 발레리는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고아원과 군대, 수용소를 전전하며 성장한 ‘거친’ 남자입니다. 보통 드라마라면 이런 남자는 거칠고 끈질기게 스튜어디스 타냐에 대한 사랑을 갈구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발레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몇 마디 가벼운 대화, 떼지 못한 시선 끝에 그녀는 (그에게)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한 자태’로 인식되고, ‘그녀를 통해 자신의 아기를 갖고 싶다는 충동’까지 갖는 대상이 됩니다. 물론 동물적인 욕정이 아닙니다. 이쯤 되면 그녀는 ‘여신’급으로 격상됩니다.

“… 사람들이 아기를 갖고 싶어할 때 하는 짓거리를 그녀에게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그에게는 좀처럼 들지 않았다. 그런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

그렇게 타냐는 순식간에 발레리의 마음에 불을 지펴 사랑이란 이름의 불꽃을 피웁니다.

사랑의 여러 빛깔_달로 가는 도중에

모든 아름답고 매혹적인 순간에 사랑하는 그 사람이 떠오르는 경험

작가는 수사적이거나 감상적인 과장 없이, 담담한 대화처럼 전지적 관점으로 발레리의 사랑의 감정을 묘사합니다. 그렇게 표현된 그녀는 대단한 미모로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칠흑 같은 머리, 섬세한 손가락, 멋진 미소, 그리고 매혹적인 목소리 정도입니다. 스스로도 그 정도 외모, 느낌의 여자는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사랑하는 그녀가 모든 것이 됩니다. 모든 아름답고 매혹적인 순간에 사랑하는 그녀가 겹치기 시작합니다.

“… 고리키 거리에 나가 보니 천지에 온통 타냐가 널려 있었다. 그녀는 전차를 타거나 내리기도 하고, 상점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녀는 또한 길 건너편에서 불량 소년 차림의 젊은 아이와 어슬렁거리기도 하고, 심지어 상점의 진열장 창문 저쪽에서 미소를 던지기도 했다. …”

휴가 내내 같은 구간 비행기를 타며 그녀와의 우연을 그린다는 것

유배지 같은 벌목장에서 떠나 몇 년만의 휴가. 평소라면 술, 도박 같은 것에 돈을 탕진했을 테죠. 비싼 양복을 맞춰 거들먹거리며 흥청거릴 기대에 찬 발레리가 사랑하는 타냐 앞에서 한 마리 순한 양 같은 사내가 됩니다. 여드름 가득한 중학생이 첫사랑 겪듯. 그는 그녀에게는 적극적으로 지분대지도 유혹하지도 않고,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매양 비행기 표를 사서 같은 구간을 오갑니다.

그렇게 우연히 타냐와 마주쳐도 눈인사 이상 접근해 말을 걸지 않습니다. 호텔에서 책을 읽고 공항과 모스크바 시내를 어슬렁거리며 그녀가 있을지 모를 같은 노선 비행기를 갈아타며 달뜬다. 그렇게 휴가가 끝나지만 그는 만족스럽습니다. 살면서 이만큼 많은 책을 읽고,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느닷없이 울어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달처럼 결코 닿지 못할 그녀와의 거리…’달로 가는 도중에’ 있는 사랑

그렇게 휴가는 끝납니다. 그는 벌목 현장으로 돌아오면서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간의 비행거리를 계산하며, 그녀라는 ‘달’에 닿는 거리를 가늠해봅니다. 가까이 볼 수 있지만 가보지는 못할 저 달과의 거리(약 38만km)가 그리 차이 나지 않음을 생각하면서. 그리고 중얼거립니다.

“그렇게 멀진 않은데. … 아무것도 아니군.”

돌아가는 공항에서 멀찍이 타냐를 발견한 그는 생각합니다.

“… 트럭을 몰고 능선으로 올라가는 동안 그녀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일단 능선에 올라가면 너무 생각해야 될 일이 많아서 그녀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산허리까지 내려오게 되면 다시금 그녀 생각이 나리라. 그리고는 저녁 내내 그리고 밤새도록 그녀 생각을 하게 되리라. 다음 날 아침에는 그녀를 생각하면서 잠에서 깨어나리라. …”

누군가는 비웃을 지도 모를 이런 사랑이란 감정, 여러분은 동의하시나요?

☞ 책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권 – 사랑의 여러 빛깔_달로 가는 도중에」는

세계명작산책

1996년 처음 출간된 이래 20여 년간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이 새로운 판형과 현대적인 번역으로 다시 독자를 만납니다. 그간 변화해온 시대와 달라진 독서 지형을 반영해, 기존에 수록된 백여 편의 중단편 중 열두 편을 다른 작가 혹은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교체하고, 일본어 중역이 포함된 낡은 번역도 새로운 세대의 번역자들의 원전 번역으로 바꾸어 보다 현대적인 책으로 엮었습니다. 바뀌거나 더해진 것이 30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새로워진 개정판입니다.

엮은이인 이문열 작가는 초판 서문에서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속에 다양하면서도 잘 정리된 전범(典範)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래서 젊은 시절 작가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작품들의 목록을 추리고, 주제별로 세계의 다양한 나라의 작품들을 엮어내고 각 작품에 대한 해설까지 더했습니다. 모두를 납득시킬 만한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는 별수 없는 미진함이 남을지라도(혹은 그런 것이 불가능할지라도), 작가는 이 선집이 작가 자신의 문학 체험의 한 결산임을 분명히 밝히고,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문학 체험이 독자들에게도 전해지기를 기대합니다.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은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창작의 한 전범이자 기준이 될 것이며, 소설 연구자들에게는 주제별 비교가 가능한 텍스트로서, 그리고 대중 독자들에게는 수준 높은 세계명작들의 풍성한 세계를 접하는 첫 책으로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수록된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도 높은 수준의 문학 교양을 쌓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총 10권으로 기획된 시리즈 중 제1권 “사랑의 여러 빛깔”은 사랑의 본질 혹은 속성을 다룬 작품들을 모았습니다. <달로 가는 도중에>의 주인공인 발레리는 자신의 돈과 시간을 모두 쏟아버리면서도 어찌 보면 안쓰러울 정도로 사랑하는 감정을 품은 여인인 타냐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이런 짝사랑을 보면서 사랑의 본질 중 한 가지인 그리움의 감정을 발레리로부터 느껴볼 수 있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시게 될 독자 여러분들도 누군가를 짝사랑하고 전전긍긍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그런 시간을 가지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런 본인이 느꼈었던 감정을 발레리가 느끼는 감정과 같이 빗대어 책을 읽게 된다면 더 생동감있는 발레리의 짝사랑을 느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 책을 낼 때부터 꼭 넣고 싶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넣지 못했던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슌킨 이야기>와 오 헨리의 <잊힌 결혼식>을 새로이 번역해 실었고, 테오도어 슈트롬의 <임멘 호수>와 안톤 체호프의 <사랑스러운 여인>은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읽습니다. 그 외에도 바실리 악쇼노프의 <달로 가는 도중에>, 프랑수아 샤토브리앙의 <르네>, 윌리엄 포크너의 <에밀리를 위한 장미>, 토머스 하디의 <환상을 쫓는 여인>, 알퐁스 도데의 <별>, 아니투어 슈니츨러의 <라이젠보그 남작의 운명>, 스탕달의 <바니나 바니니> 같은 세계적 문호들의 정수를 새롭게 다듬은 문장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지고지순한 사랑에서부터 치정 같은 사랑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사랑 이야기를 만나볼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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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여러 빛깔 _ 달로 가는 도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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