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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밖 한 마리 양이 주는 감동 [죄수의 귀향 –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0. 그래도 사랑할 만한 인간]

우리 밖 한 마리 양이 주는 감동 [죄수의 귀향 –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0. 그래도 사랑할 만한 인간]

20년 감옥살이 범죄자의 복수심…그리고 감출 수 없는 선량한 본성


이 작품의 주인공 까르삐오는 결코 선량한 인간이 못 된다. 자세한 경과는 쓰여 있지 않아도 그는 20년 징역에 해당되는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으며 체포된 경위에도 그의 선량한 품성을 드러내는 구석은 없다. 거기다가 감옥도 그를 회개시키기는커녕 치열한 복수심만 길러주었을 뿐이었다.

석방 뒤의 행적도 그의 예사 아닌 원한과 흉포성을 잘 드러내준다. 고향까지 천리 길을 걸어갈 각오를 하면서까지 복수를 위해 윈체스터 총부터 구입하는 대목이 그렇다. 먼 길을 괴롭게 걸으면서 그의 복수심은 더욱 치열하게 타올랐을 것이다.

그런데 위험에 처한 소년을 보자 그는 거의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뛰어들어 그를 구해낸다. 타고난 흉포성도 20년을 기른 복수심도 우리 내부에 숨어 있는 또 다른 큰 힘, 선(善)에의 의지를 온전히 시들게 하지는 못한 것이었다.

그가 구해낸 소년은 자신이 감옥으로 가는 바람에 굶어 죽은 어린 딸의 몫으로 없애려 했던 밀고자의 손자였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되자 그의 복수심과 흉포성은 이내 되살아난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에게서 그토록 오래 이를 갈아온 복수의 대상들이 이미 죽었거나 살아 있어도 죽은 것에 못지않게 비참한 지경에 빠져 있음을 듣게 되자 그마저도 점차 사그라지고 만다.

그림 2 렘브란트의 그림 ‘돌아온 탕아’

밀고자의 손자를 결국 용서하고 마는 ‘돌아온 탕아’

착한 사람들의 착한 행동도 아름답지만 착함을 기대하지 않은 사람의 착한 행동은 더욱 아름답다. 집 안에 있는 성실한 자식보다 돌아온 탕아가 더 사랑스럽고 우리 안의 아흔아홉 마리 양보다 우리 밖의 한 마리 양이 더 귀한 이치다. 특히 마지막 소년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일어서는 까르삐오의 모습은 그 어떤 성자(聖者)의 축복보다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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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우고 와스트는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소설가이다. 본명은 구스따브 마르띠네스 수비리아이지만 언제나 필명을 썼기 때문에 아르헨티나 사람들조차도 그를 우고 와스트로만 알고 있다. 아르헨티나 현대 작가들 중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졌고 양적으로도 많은 작품을 남긴 그는 토속적인 색채에다 유머 깃든 소설들을 즐겨 발표했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빠따 데 소라’는 이 같은 특성이 강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단편 ‘고향에 돌아온 죄수’는 아르헨티나 산악지대 주민들 간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적인 인물인 의적 로께 까르삐오를 소재로 하여 쓴 것이다.

 

 

 

*이 글은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0. 그래도 사랑할 만한 인간』에 담긴 이문열 작가의 해설을 인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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