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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잎새 [사랑으로 완성되는 예술혼 –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0. 그래도 사랑할 만한 인간]

마지막 잎새 [사랑으로 완성되는 예술혼 –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0. 그래도 사랑할 만한 인간]

가난한 예술가 마을의 실패한 화가 노인 버만

이 작품은 이른바 ‘소설의 인간화’, 곧 힘들고 누추한 영혼들에 대한 작가의 무한한 이해와 동정이 작품 속에서 어떻게 수용되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전범 중의 하나이다.

몇 가닥의 길이 어수선하게 널려 기묘한 각도를 이루며 꼭 한 번은 지나온 길과 마주치게 되어 있는 가난한 예술가 마을은 그 자체가 살아 숨 쉬는 생명체이다. 그곳에 살고 있는 버만 노인은 분명 낙오한 예술가다. 40년이 넘도록 붓을 휘두르며 살아왔으나 예술의 여신 옷자락 끄트머리조차 건드려보지 못한 채, 어쩌다 얻어걸리는 상업광고용 엉터리 그림을 그리거나 마을의 젊은 화가들에게 모델이 되어주는 것으로 근근이 연명해간다.

다 죽어가는 존시를 위해 벽에 남긴 버만의 마지막 걸작

그림 2 오헨리 작품들을 한국 상황에 맞게 고쳐 1978년 국내에서 제작된 옴니버스 영화 ‘마지막 잎새’)

예술가로서 다른 사람에게 감동과 위무를 주기는커녕 자신의 영혼조차 구원하지 못한 채 진 냄새가 진동하는 어두컴컴한 방 안에 틀어박혀 사는 버만 노인에게 삶은 끔찍한 형벌이나 다름없었으리라. 그런데 죽음이라고 하는, 세상에서 가장 멀고 고독한 여행을 떠나려고 하는 한 가엾은 영혼이 찌들대로 찌든 그의 예술혼을 자극한다. 지다 남은 담쟁이 잎새에 폐렴으로 시들어가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있는 존시다.

휘몰아치는 비바람을 무릅쓰고 버만이 밤새도록 그려둔 담쟁이 잎새를 보며 존시는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만, 정작 그걸 그린 버만은 급성폐렴에 걸려 죽고 만다. 언젠가는 걸작을 그리겠다던 버만 노인은 결국 자신의 마지막 그림을 통해 막 꺼져가던 젊은 생명을 구함으로써 ‘삶’이라는 보다 차원 높은 예술을 남긴다. 실패한 예술가 버만의 삶이 뛰어난 예술 작품에 바쳐지는 그 어떤 아름다운 헌사보다도 더 큰 울림을 갖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호손, 포우를 잇는 美 단편소설 작가 오헨리…’트위스트 엔딩’ 기교로 폄하되기도


O. 헨리는 나다니엘 호손, 에드가 앨런 포우에 의해 수립된 미국 단편소설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킨 중요한 작가다. 삶의 곳곳에 포진한 불행과 비참들을 우수 어린 해학과 기지로 담아내면서도 인간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잃지 않았던 것은 O. 헨리 소설의 가장 큰 미덕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태어나 일찍 부모를 여의고 여러 지방을 옮겨 다니며 성장했던 그는 다양한 인생 경험을 토대로 당시 뉴욕을 중심으로 한 미국 소시민들의 삶을 사실적이고 낭만적인 언어로 그려냈다. 그 자신 ‘지하철 위에 건설된 바그다드’ 라고 묘사했던 뉴욕에 살면서 한때 ‘월드’지에 매주 한 편씩의 단편소설을 발표할 만큼 다작을 했던 O. 헨리는 그 많은 작품을 양산해내면서도 플롯의 치밀함을 잃지 않아 독자와 매체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쓸데없이 무게 잡으며 삶의 무거움을 호소하는 대신 간결하고 위트 있는 표현으로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담아냈던 그는 트위스트 엔딩, 이른바 갑작스런 결말로 극적 효과를 높이는 소설 기법을 즐겨 차용했다. 그러나 이것이 대중들의 인기를 얻자 문단과 평단은 바로 이 수법을 걸고 넘어지며 그의 문학을 폄하하기도 했다.

왕성한 작품 활동, 그에 못지않은 명성에도 불구하고 O. 헨리의 말년은 그리 행복하지 못했다. 첫 번째 부인 에스티스가 죽고 이어 만난 소꿉친구 세레린지와의 재혼은 평탄하지 못했으며 알코올중독과 경제적 압박 등이 가중되어 고통을 받다가 마흔여덟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 글은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0. 그래도 사랑할 만한 인간』에 담긴 이문열 작가의 해설을 인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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