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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그리움과 아름다운 서정 [어머니를 그리며 –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0. 그래도 사랑할 만한 인간]

순수한 그리움과 아름다운 서정 [어머니를 그리며 –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0. 그래도 사랑할 만한 인간]

인간 정신의 변함없는 고향, 우주의 생명력을 체현한 존재 ‘어머니’

여인이 가지는 이름 중에서 가장 큰 이름이 어머니이다. 누군가의 자식일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그 이름은 언제 들어도 정답고 그립고 가슴 저리다. 그것은 그 이름이 품고 있는 사랑 때문이다. 세상의 다른 사랑은 반드시 사심과 욕망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머니의 사랑에는 그런 게 없다.

따라서 어머니는 예로부터 즐겨 문학의 소재가 되어왔고 또 많은 빛나는 성취가 있었다. 어머니는 그 변함없는 사랑으로 인간 정신의 변함없는 고향이 되었고 때로는 우주의 생명력을 체현한 존재로 신비화되기까지 했다.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환상적이고 애틋하게 묘사

이 작품은 바로 그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꿈을 빌려 환상적이면서도 애틋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미 여러 해 전에 어머니를 여읜 서른네 살의 사내에게 더 그립고 생생한 어머니는 유년의 추억 속에 있는 어머니일 수밖에 없다. 번잡한 세상살이에 시달려 무디고 지쳐 있는 성년의 의식에는 조는 듯 죽음으로 빠져들고 있는 늙은 어머니의 모습이 희미하게 비쳐지기 마련이다.

그가 꿈속에서 본 것들은 아마도 유년의 어느 시기 경험한 일이거나 적어도 설익은 상념을 스쳐간 일들일 것이다. 꿈은 꿈이라 조리 없게 이어지고 있지만, 그 속에서 은연중에 드러나고 있는 것은 모태(母胎)에서 분리돼 이제 막 자신을 형성해가고 있는 이런 영혼의 불안과 외로움이다. 그것은 보살핌과 위로에 대한 갈구로 꿈속의 그를 휘몰아 끊임없이 어머니를 찾아 헤매게 한다.

낯선 여인, 아주머니, 누나에게서 찾는 어머니의 흔적

어머니에게서 다른 여인들을 느끼는 꿈의 결말 부분은 자못 시사적(示唆的)이다. 어머니를 찾아 헤매던 길에서 낯선 여인을 만나고, 아주머니나 누나라는 이름으로 그녀에게서 위로와 보살펌을 구하려는 것은 오이디푸스적 심성의 한 변형일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순간에 그 여인은 어머니로 변하고 그는 이전보다 더욱 절실하게 그런 어머니에게 안긴다.

“네가 나를 아주머니나 누나라고 부를수록 내 슬픔은 더욱 더 커질 뿐이란다.”

 

세기말 탐미주의 표방한 초기작품…강한 일본적 색체로 번역 까다로워

다니자키 준이치로

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메이지(明治)와 다이쇼(大正), 쇼와(昭和) 이렇게 삼대에 걸쳐 작품 활동을 한 일본의 대표적 현대 소설가이다. 도쿄에서 태어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는 바람에 어려운 성장기를 보냈으나 주위의 도움으로 도쿄대학교 국문과에 입학했다.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글을 쓰는 데 전념하기로 한 그는 1911년 단편소설 ‘소년’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세기말의 탐미주의를 표방했던 그의 초기 작품들은 그때까지 문단을 주도했던 자연주의의 범속한 작품들에 대해 쏟아지기 시작한 사회적 불만과 맞아떨어지면서 대단한 반응을 몰고 왔다. 널리 알려진 소설 ‘지인의 사랑’은 이러한 초기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대표작이다.

관동대지진이 일어나자 관서로 이주한 다니자키는 점차 관서문학에 동화되어 근대문학 이전의 일본적 미(美)에 눈을 뜨게 되고 이것을 초창기의 심미적 작품 경향과 적절히 융화시켜 갔다. ‘소경 이야기’ ‘절’ ‘맹목물어(盲目物語)’ 등과 같은 명작들은 바로 이러한 토양 위에서 창작된 것들이다. 그리고 1942년, 붕괴해가는 귀족 집안을 무대로 한 대작 ‘세설(細雪)’을 집필하기 시작해 1948년 완결판을 내놓았다. 준이치로의 작품들은 일본의 현대소설들 중에서도 번역하기가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한데 그것은 바로 그의 작품이 지니는 강한 일본적 색채 때문이다.

 

 

 

 

 

*이 글은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0. 그래도 사랑할 만한 인간』에 담긴 이문열 작가의 해설을 인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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