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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로 가는 길목으로서의 사랑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권 – 사랑의 여러 빛깔_르네]

금단의 사랑

초월로 가는 길목으로서의 사랑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권 – 사랑의 여러 빛깔_르네]

프랑스 낭만주의의 선구자빅토르 위고 샤토브리앙처럼 될 것,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프랑수와 샤토브리앙은 대혁명으로 처절하게 무너져 내린 앙시앵 레짐의 찬연한 노을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꿈을 삶의 일부로 간주할 수 없는 사람들은 그를 존재하지도 않은 완전한 세계의 환상에 빠져 끝내 세계를 바르게 이해할 수 없었던 몽상가로 제쳐놓습니다. 한때는 반혁명군으로 싸우기도 했고, 그 싸움에서 패배한 뒤에는 오랜 망명객으로 신대륙을 떠돌았던 그에게 그토록 집착했으나 끝내 잃어버린 세계는 환상적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기다가 그 비극적인 몰락이 자아낸 뒷사람들의 연민은 이제 전설로만 남은 옛 영광의 잔영에 더욱 휘황한 덧칠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도든 체제든 인류사에 일정한 수명을 가지고 존재한 것이라면 그것이 무너지는 그 아침으로 온전히 무용해지는 일은 없습니다. 또 우리에게 새로운 것에 열광할 권리가 있다면 사라진 것에 연연할 권리도 있다. 하물며 그 새로움의 내용이란 게 기껏 그로부터 백 년도 안 돼 간교한 부르주아들의 허구로 판명되고 사람들은 다시 피 흘리며 새로운 혁명을 준비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샤토브리앙 초상화 샤토브리앙의 초상화

프랑스 낭만주의 단편의 한 정화육체와 성이 철저히 배제된 관념적인 사랑

이 작품 「르네」는 그런 샤토브리앙의 세계 해석에는 조금 벗어나 있으나 사랑을 주제로 한 프랑스 낭만주의 단편의 한 정화로 꼽을 만합니다. 잘난 이론가들은 이 작품에서 금단의 사랑인 근친상간의 모티브를 끌어내 원형 분석을 시도할지도 모르고, 남매 콤플렉스를 들며 심리학적 분석을 하려 들 수도 있겠으나 저는 그런 부분까지 생각하지는 않겠습니다.

젊은 날 이 작품이 내게 감동을 주었던 것은 그 사랑의 철저한 관념성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그들의 삶에 베푸는 엄청난 효용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금지된 사랑을 하는 이 두 불행한 연인들에게는 육신을 가진 인간의 삶이 없습니다. 오늘날의 관점으로 봐서는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조차 어려울 만큼 육체와 성은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습니다.

사랑을 표현하는 행위로서는 가벼운 살갗의 스침조차 없는 사랑도 사랑일 수 있을까요? 그런데도 그들은 그 금단의 사랑으로 우리 존재가 직면하고 있는 거대한 고독의 심연을 헤쳐가는 유일한 수단으로 삼고, 그 사랑과 삶의 나머지 부분들을 기꺼이 맞바꿉니다. 그리고 궁극으로는 그 허락되어서는 안 되는 사랑을 통해 초월의 길목으로 접어듣게 됩니다. 아멜리가 죽은 뒤 르네의 삶은 냉정하게 보면 방기이고 일탈이지만, 젊은 내게는 그것조차도 초월의 한 양상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애절함과 격정, 회환과 고독, 지성과 교양을 두루 드러내면서도 격조를 잃지 않은 문장

그 밖에 저를 감동시켰던 것은 샤토브리앙의 문장도 있습니다. 비록 불완전한 번역본을 통한 것이기는 하나 젊은 시절 한동안 저는 애절함과 격정을, 회한과 고독을, 지성과 교양을 두루 드러내면서도 격조를 잃지 않은 문장이란 바로 샤토브리앙의 문장, 특히 「르네」에서 보여주고 있는 문장 같은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토머스 울프의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와 더불어 내 초기 문장 수업에 가장 많은 흔적을 남긴 것이 이 「르네」가 아닐까 합니다.

낡은 구조와 감정 과잉 같은 단점에도 유효한, 사랑을 다룬 단편의 한 전범

물론 이제 그때로부터 이십 년이 훨씬 넘어 다시 읽어보는 느낌이 옛날과 같을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액자 형식의 이야기들은 낡고 느슨해 보이며, 세계는 일방적인 관념으로 이해되어 있고 감정은 저에게 있어 이제는 너무 과장된 듯 느껴집니다. 문장의 화려함에서도 어떤 전형성이 보여 젊은 날의 감동은 많이 준 듯 합니다.

하지만 저의 지난 이십 년간이란 게 또한 어떠했는지… 단편에 재능이 없는 탓에 구성의 무게에 과도하게 짓눌려온 세월이었으며, 구조니 총체니 하는 용어들로 고전적인 문장론을 깔아 뭉개버린 강단 이론가들에게 주눅 들어 지낸 세월이었습니다. 내용도 모호하고 설사 유행적으로 확정된 내용이 있다 해도 결코 전폭적인 동의에는 이르지 못했던 리얼리즘의 주문에 가위눌려 지낸 이십 년이었습니다. 그런 세월이 과연 내 안목의 발전에만 기여할 수 있었을까요? 순수한 감동을 잃어버린 대신 쓸데없는 눈치만 늘게 하지는 않았을까요?

거기다가 샤토브리앙이 산 시대와 연관 지어 생각한다면 이제 와서 눈에 띄는 흠들에는 얼마든지 관대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르네」는 사랑을 다룬 단편의 한 전범 가운데 하나로 아직 유효할 수 있다고 보아 주저 없이 골랐습니다.

☞ 책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권 – 사랑의 여러 빛깔_르네」는

세계명작산책

1996년 처음 출간된 이래 20여 년간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이 새로운 판형과 현대적인 번역으로 다시 독자를 만납니다. 그간 변화해온 시대와 달라진 독서 지형을 반영해, 기존에 수록된 백여 편의 중단편 중 열두 편을 다른 작가 혹은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교체하고, 일본어 중역이 포함된 낡은 번역도 새로운 세대의 번역자들의 원전 번역으로 바꾸어 보다 현대적인 책으로 엮었습니다. 바뀌거나 더해진 것이 30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새로워진 개정판입니다.

엮은이인 이문열 작가는 초판 서문에서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속에 다양하면서도 잘 정리된 전범(典範)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래서 젊은 시절 작가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작품들의 목록을 추리고, 주제별로 세계의 다양한 나라의 작품들을 엮어내고 각 작품에 대한 해설까지 더했습니다. 모두를 납득시킬 만한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는 별수 없는 미진함이 남을지라도(혹은 그런 것이 불가능할지라도), 작가는 이 선집이 작가 자신의 문학 체험의 한 결산임을 분명히 밝히고,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문학 체험이 독자들에게도 전해지기를 기대합니다.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은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창작의 한 전범이자 기준이 될 것이며, 소설 연구자들에게는 주제별 비교가 가능한 텍스트로서, 그리고 대중 독자들에게는 수준 높은 세계명작들의 풍성한 세계를 접하는 첫 책으로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수록된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도 높은 수준의 문학 교양을 쌓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총 10권으로 기획된 시리즈 중 제1권 “사랑의 여러 빛깔”은 사랑의 본질 혹은 속성을 다룬 작품들을 모았습니다. <르네>의 주인공인 르네는 어린 시절 부모를 잃게 되지만 친누나 아멜리와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누나 아멜리가 수도원으로 떠나게 되자 르네는 누나가 없는 삶 속에서 의지할 사람 하나 없이 점점 불행해져가고 결국엔 자살까지 생각하게 됩니다. 이러한 사실을 누나 아멜리가 듣고 다시 르네에게 찾아와 그를 위로하고 다시 충만한 사랑의 기쁨을 느끼지만, 결국 누나 아멜리는 다시 떠나게 되고 이러한 절망감을 뒤로한 채 르네는 아메리카로 떠나게 됩니다.

처음 책을 낼 때부터 꼭 넣고 싶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넣지 못했던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슌킨 이야기>와 오 헨리의 <잊힌 결혼식>을 새로이 번역해 실었고, 테오도어 슈트롬의 <임멘 호수>와 안톤 체호프의 <사랑스러운 여인>은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읽습니다. 그 외에도 바실리 악쇼노프의 <달로 가는 도중에>, 프랑수아 샤토브리앙의 <르네>, 윌리엄 포크너의 <에밀리를 위한 장미>, 토머스 하디의 <환상을 쫓는 여인>, 알퐁스 도데의 <별>, 아니투어 슈니츨러의 <라이젠보그 남작의 운명>, 스탕달의 <바니나 바니니> 같은 세계적 문호들의 정수를 새롭게 다듬은 문장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지고지순한 사랑에서부터 치정 같은 사랑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사랑 이야기를 만나볼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책 「이문열 세계명작산책_1권 사랑의 여러 빛깔_르네」 가 궁금하신가요? 그렇다면 조금 더 책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기 위하여 책 제목을 눌러 도서 상세페이지로 이동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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