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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서도 아름다운 영혼의 낙인 [이문열 세계명작산책_1권 사랑의 여러 빛깔_임멘호수]

아프면서도 아름다운 영혼의 낙인 [이문열 세계명작산책_1권 사랑의 여러 빛깔_임멘호수]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생을 견디게 하는 사랑

같은 샘물이라도 뱀이 마시면 독이 되고 벌이 마시면 꿀이 됩니다. 같은 나무라도 강남(양자강 남쪽)에 심으면 귤이 되고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됩니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기억도 그렇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남은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 독이 되고 일생 가슴을 찌르는 고통스러운 추억이 됩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는 그 추억의 달콤함과 향기로움이 영원과 절대 앞에서는 어차피 헐벗고 쓸쓸할 수밖에 없는 이 세상에서의 한 살이生을 견딜 만하게 달래는 진정한 사랑의 추억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선을 아래로 떨군 채 그의 손에 쥐여 있는 에리카꽃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오랫동안 서 있었다. 그녀가 그를 올려다보았을 때, 그녀의 두 눈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엘리자베트.” 그가 말했다. “저 푸른 산 뒤에는 우리의 어린 시절이 있어. 그 시절의 우리가 사랑하던 추억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테어도어 슈토름 독일의 작가 테어도어 슈토름

변심한 사랑의 고백을 축복처럼 간직하는 마음

젊은 라인하르트의 사랑이 슬프게 끝난 원인은 어쩌면 그 연인 엘리자베트 쪽에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라인하르트가 믿음을 가지고 학업에 전념하는 사이에 그녀가 다른 남자와 결혼했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 어머니의 강요란 것이 지닌 힘을 고려한다 해도 그것은 틀림없이 변심이며, 거기에 대한 상대의 반응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곧 좋은 추억이었던 사랑을 격렬한 분노와 증오로 바꿔 일생 자신과 상대를 괴롭히는 독과 가시를 품고 가는 경우입니다.

그의 시선은 미끄러지듯 아래로 내려가 그녀의 손 위에 머물렀습니다. 그 하얀 손은 그녀의 얼굴이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그녀의 고운 손에서 감춰진 고통을 보았습니다. 밤마다 괴로워하는 가슴 위에 놓인 아름다운 여자의 손에 흔적을 남기는 그런 고통을.

그런데도 젊은 라인하르트에게는 분노나 증오의 감정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아름다운 시를 빌려 연인을 변명하고 확인할 길이 없는 그녀의 수긍을 무슨 축복처럼 간직하며 외롭게 자신의 길을 떠났습니다. 그 뒤 라인하르트의 청춘은 구름처럼 허망하게 흘러갔으나, 독신으로 학문 탐구에 바친 그 일생을 반드시 불행했다고 단정할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의 가슴에는 영원히 지워지고 잊혀지지 않을 기억과 , 아프면서도 아름다운 상처를 품고 있는 그리움만큼이나 깊고 넓은 호수 한가운데에 청초한 수련처럼 떠 있는 엘리자베트의 영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화 '임멘호수'         '임멘호수'

슈토름의 낭만적인 출세작 소설…“시와 청춘의 매력으로 오래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작가 테오도어 슈토름은 원래 서정 시인으로 출발해 요제프 폰 아이헨도르프, 에두아르트 뫼리케 등과 나란히 이름을 떨쳤습니다. 나중에 소설을 쓰기 시작해 고트프리트 켈러 등과 함께 19세기 독일 리얼리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슈토름은 대략 50편이 넘는 중단편을 남겼는데, 「임멘 호수」는 그의 출세작으로 사실적이라기보다는 낭만적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슈토름은 서른 살에 도로테아 옌센이라는 소녀를 만나 사랑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당시 그는 이미 사촌누이 콘스탄체 에스마르크와 약혼 중이어서 그녀와 헤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이 일이 「임멘 호수」를 쓴 동기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받은 마음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으나 작품이 완성되었을 무렵에는 상당한 자부심을 품게 된 듯 부모에게 이런 글을 남겼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시와 청춘의 매력 때문에 오랫동안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참고로 슈토름은 아내 콘스탄체가 산욕열로 죽은 이듬해인 마흔아홉 살에 사랑의 추억을 서로 공유했던 옌센과 재혼하였습니다.

☞ 책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권 – 사랑의 여러 빛깔_임멘호수」는

세계명작산책

1996년 처음 출간된 이래 20여 년간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이 새로운 판형과 현대적인 번역으로 다시 독자를 만납니다. 그간 변화해온 시대와 달라진 독서 지형을 반영해, 기존에 수록된 백여 편의 중단편 중 열두 편을 다른 작가 혹은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교체하고, 일본어 중역이 포함된 낡은 번역도 새로운 세대의 번역자들의 원전 번역으로 바꾸어 보다 현대적인 책으로 엮었습니다. 바뀌거나 더해진 것이 30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새로워진 개정판입니다.

엮은이인 이문열 작가는 초판 서문에서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속에 다양하면서도 잘 정리된 전범(典範)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래서 젊은 시절 작가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작품들의 목록을 추리고, 주제별로 세계의 다양한 나라의 작품들을 엮어내고 각 작품에 대한 해설까지 더했습니다. 모두를 납득시킬 만한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는 별수 없는 미진함이 남을지라도(혹은 그런 것이 불가능할지라도), 작가는 이 선집이 작가 자신의 문학 체험의 한 결산임을 분명히 밝히고,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문학 체험이 독자들에게도 전해지기를 기대합니다.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은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창작의 한 전범이자 기준이 될 것이며, 소설 연구자들에게는 주제별 비교가 가능한 텍스트로서, 그리고 대중 독자들에게는 수준 높은 세계명작들의 풍성한 세계를 접하는 첫 책으로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수록된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도 높은 수준의 문학 교양을 쌓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총 10권으로 기획된 시리즈 중 제1권 “사랑의 여러 빛깔”은 사랑의 본질 혹은 속성을 다룬 작품들을 모았습니다. <임멘 호수>의 주인공인 라인하르트의 사랑의 본질은 추억입니다. 화가 나서 연인에게 배신감을 느껴도 모자랄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연인을 용서하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백발의 노인이 되어 여전히 사랑하던 여인 엘리자베트를 기억하며 그녀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오랫 동안 격정적이지도, 과하지도 않게 잔잔한 사랑의 감정을 그리고 있는 <임멘 호수>는 이루어질 수 없지만 강하게 남은 사랑의 추억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그러한 감정이 유난히 돋보이는 소설입니다.

처음 책을 낼 때부터 꼭 넣고 싶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넣지 못했던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슌킨 이야기>와 오 헨리의 <잊힌 결혼식>을 새로이 번역해 실었고, 테오도어 슈트롬의 <임멘 호수>와 안톤 체호프의 <사랑스러운 여인>은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읽습니다. 그 외에도 바실리 악쇼노프의 <달로 가는 도중에>, 프랑수아 샤토브리앙의 <르네>, 윌리엄 포크너의 <에밀리를 위한 장미>, 토머스 하디의 <환상을 쫓는 여인>, 알퐁스 도데의 <별>, 아니투어 슈니츨러의 <라이젠보그 남작의 운명>, 스탕달의 <바니나 바니니> 같은 세계적 문호들의 정수를 새롭게 다듬은 문장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지고지순한 사랑에서부터 치정 같은 사랑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사랑 이야기를 만나볼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책 「이문열 세계명작산책_1권 사랑의 여러 빛깔_임멘호수」 가 궁금하신가요? 그렇다면 조금 더 책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기 위하여 책 제목을 눌러 도서 상세페이지로 이동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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