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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는 눈 혹은 삶의 방식 [이문열 세계명작산책_1권 사랑의 여러 빛깔_사랑스러운 여인]

세상을 이해하는 눈 혹은 삶의 방식 [이문열 세계명작산책_1권 사랑의 여러 빛깔_사랑스러운 여인]

삶의 기본조건이자 방식, 세상을 해석하는 척도가 되는 사랑 

사랑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삶의 기본 조건이며 방식이 된다. 그들에게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는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안톤 체호프가 「사랑스러운 여인」에서 그려내고 있는 올렌카는 바로 그러한 전형입니다.

올렌카의 삶에 사랑이 그토록 중요한 의미가 있는 까닭은 무엇보다도 그것이 세상을 해석하고 설명하는 척도로 기능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녀가 극장 지배인을 사랑할 때 세상은 오직 극장과 연극을 통해서만 이해되고 설명됩니다. 또 목재상을 사랑할 때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재이고 그녀는 그 목재를 통해서만 세상을 이해하며, 수의사를 사랑할 때는 가축의 위생과 질병이 목재를 대신합니다. 사랑의 성질은 달리하지만, 수의사의 아들 사샤를 사랑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제 그녀의 세계는 중학생의 교내 생활과 과제물을 중심으로 이해됩니다.

올렌카는 언제나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었고, 또 그러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여자였다. 어릴 적에는 아버지를 무척 따랐습니다. 그 아버지는 지금 어두운 방 안에서 숨을 몰아쉬며 안락의자에 앉아 앓고 있었습니다. 또 그녀는 브란스크에서 2년마다 한 번씩 다니러 오는 숙모도 사랑했고, 여학교 때는 프랑스어 선생님을 사랑했습니다.

안톤 체호프 러시아의 의사, 단편 소설가, 극작가 안톤 체호프

사랑받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그녀…톨스토이가 격찬한 작품

과거는 올렌카에 아무런 힘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녀도 남편의 죽음을 애통해하고 애인과의 이별을 괴로워하지만, 그것은 과거에의 미련이나 집착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곧 새로운 사랑을 찾고 사랑받게 되는 자존감 없는 모습을 보면 그것은 홀로 남은, 사랑받고 사랑할 수 없게 된 그녀 자신을 위한 슬픔과 눈물에 지나지 않아 보입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었습니다. 즉 자기의 모든 존재, 자기 이성과 영혼을 독점하고, 생각할 수 있는 힘과 생활의 의미를 제시해주며, 식어가는 피를 다시금 끓어오르게 해주는 사랑이 타인에 의해 느껴지는 수동적인 사랑 속에서 만족을 느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올렌카의 사랑이 변천하는 과정도 여자의 사랑이 지니는 어떤 보편성을 시사합니다. 어렸을 적에는 아버지를 따랐고 숙모를 사랑했으며 여학교 시절에는 불어 선생을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의 결혼과 한 번의 연애를 거친 뒤 마침내 그녀의 사랑은 모성적인 것으로 마감합니다. 사랑받는 여자의 특성으로 귀여움과 단순함과 솔직성을 강조하는 것 외에 여자의 사랑이 걷게 되는 보편적인 길을 암시하는 것도 체호프의 의도에 있었던 것일까요.

오늘날의 페미니즘 문학은 이 「사랑스러운 여인」을 다른 견해로 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홀로 서지 못하는 자존감 없는 영혼, 철저한 타인 지향의 정신을 여성 해방의 전사들은 가장 못 견뎌합니다. 그런 이들에게 올렌카는 전혀 자존감이 없는 여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렌카는 틀림없이 사랑받는 여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래야 어떠하건 체호프의 시대까지, 아니 지금까지도 남자들의 다수는 그녀 같은 사랑에 있어 어찌 보면 더 의존적으로 느끼게 되는 여인들과 행복했다고 합니다. 톨스토이 같은 거장이 네 번이나 읽은 것도 상큼하게 형상화된 그 전형성이 준 감동은 아니었을까요.

그녀는 수의관의 견해를 그대로 남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그녀는 벌써 무슨 일에 대해서나 본인의 주관이 없이 수의관과 똑같은 의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실로 사랑하지 않고서는 단 일 년도 배겨내지 못하는 의존성이 강한 여자임이 분명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녀는 자기 집 건넌방에서 새로운 행복을 찾아낸 것이었습니다. 만일 다른 여자라면 남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았을 테지만, 올렌카에 대해서만은 아무도 나쁘게 해석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모습이 그녀에게 있어선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 손님들이 돌아가면 수의관은 그녀의 손을 붙잡고 나무랐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그런 이야기는 입 밖에 내지 말라고 하지 않았소! 우리끼리 이야기를 할 때는 제발 말참견을 하지 말아요. 내 꼴이 어떻게 되겠소!” 올렌카는 한편 놀랍고 한편으로는 불안한 얼굴을 하고 그를 쳐다보며 이렇게 반문하는 것이었다. “그럼 난 무슨 말을 해야 해요?”

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을 단편, 희곡작가 체호프

안톤 체호프는 돈벌이를 위한 유머작가에서 출발한 작가입니다. 그러나 곧 문학의 본령으로 진입하여 단편과 희곡으로 러시아뿐만 아니라 세계문학사에서도 길이 잊히지 않을 중요한 작가가 되었습니다. 저가 체호프를 남다르게 기억하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이미 말했듯이, 제 단편 습작의 스승 중 하나였다는 것과 그의 희곡 「갈매기」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저의 희곡 습작의 전범 가운데 하나라는 점입니다. 「갈매기」는 초연에서 실패했고 현대 연극 이론가들도 그리 높이 쳐주지 않는 듯하나, 나는 할 수만 있다면 그런 부류의 작품을 한 편쯤은 꼭 제 희곡 목록에 가지고 싶습니다.

둘째로 체호프가 특별하게 기억되는 것은 그와 동시대 평론가들의 불화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이념 지향적인 평론가들은 그의 무경향성 내지 무이념성을 못 견뎌했습니다. 그 바람에 그의 재능은 인정하면서도 혹독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는데, 저에게 있어서는 왠지 그게 남의 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위로가 되는 것은 체호프가 이렇게 빛나게 살아남았지만 그를 못살게 헐뜯었던 그 평론가들은 대부분 역사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인 것은 체호프의 말년입니다. 그는 44년의 짧은 생애를 찬연한 불꽃처럼 타다 갔습니다. 특히 죽기 전의 삼 년은 여배우 올리가 크니페르와의 연애와 결혼으로 삶의 마지막 장에 처절한 아름다움을 더했는데, 그것이 쓸쓸한 문학청년 시절을 보내던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 책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권 – 사랑의 여러 빛깔_사랑스러운 여인」은

세계명작산책

1996년 처음 출간된 이래 20여 년간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이 새로운 판형과 현대적인 번역으로 다시 독자를 만납니다. 그간 변화해온 시대와 달라진 독서 지형을 반영해, 기존에 수록된 백여 편의 중단편 중 열두 편을 다른 작가 혹은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교체하고, 일본어 중역이 포함된 낡은 번역도 새로운 세대의 번역자들의 원전 번역으로 바꾸어 보다 현대적인 책으로 엮었습니다. 바뀌거나 더해진 것이 30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새로워진 개정판입니다.

엮은이인 이문열 작가는 초판 서문에서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속에 다양하면서도 잘 정리된 전범(典範)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래서 젊은 시절 작가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작품들의 목록을 추리고, 주제별로 세계의 다양한 나라의 작품들을 엮어내고 각 작품에 대한 해설까지 더했습니다. 모두를 납득시킬 만한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는 별수 없는 미진함이 남을지라도(혹은 그런 것이 불가능할지라도), 작가는 이 선집이 작가 자신의 문학 체험의 한 결산임을 분명히 밝히고,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문학 체험이 독자들에게도 전해지기를 기대합니다.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은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창작의 한 전범이자 기준이 될 것이며, 소설 연구자들에게는 주제별 비교가 가능한 텍스트로서, 그리고 대중 독자들에게는 수준 높은 세계명작들의 풍성한 세계를 접하는 첫 책으로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수록된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도 높은 수준의 문학 교양을 쌓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총 10권으로 기획된 시리즈 중 제1권 “사랑의 여러 빛깔”은 사랑의 본질 혹은 속성을 다룬 작품들을 모았습니다. <사랑스러운 여인>의 주인공인 올렌카를 보면 깊게 사랑에 빠진 사람의 특징을 발견해볼 수 있습니다. 항상 누군가에게 사랑받거나 사랑을 해야만 하는 사랑의 의존성, 항상 사랑하는 대상에게 올인하는 즉, 누군가를 사랑하면 한 사람에게 빠지게 되는 직진하게 되는 사랑, 사랑하는 사람의 의견에 같이 더 편들어 주는 그런 속성 등 순수하게 깊은 사랑에 빠진 올렌카의 모습을 <사랑스러운 여인>에서는 보여 주고 있습니다.

처음 책을 낼 때부터 꼭 넣고 싶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넣지 못했던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슌킨 이야기>와 오 헨리의 <잊힌 결혼식>을 새로이 번역해 실었고, 테오도어 슈트롬의 <임멘 호수>와 안톤 체호프의 <사랑스러운 여인>은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읽습니다. 그 외에도 바실리 악쇼노프의 <달로 가는 도중에>, 프랑수아 샤토브리앙의 <르네>, 윌리엄 포크너의 <에밀리를 위한 장미>, 토머스 하디의 <환상을 쫓는 여인>, 알퐁스 도데의 <별>, 아니투어 슈니츨러의 <라이젠보그 남작의 운명>, 스탕달의 <바니나 바니니> 같은 세계적 문호들의 정수를 새롭게 다듬은 문장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지고지순한 사랑에서부터 치정 같은 사랑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사랑 이야기를 만나볼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책 「이문열 세계명작산책_1권 사랑의 여러 빛깔_사랑스러운 여인」 가 궁금하신가요? 그렇다면 조금 더 책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기 위하여 책 제목을 눌러 도서 상세페이지로 이동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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