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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날개의 새 [이문열 세계명작산책_1권 사랑의 여러 빛깔_환상을 좇는 여인]

외날개의 새 [이문열 세계명작산책_1권 사랑의 여러 빛깔_환상을 좇는 여인]

사랑은 그 자체와 지극히 혼동하기 쉬운 두 개의 유사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육욕과 환상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 또한 사랑의 두 날개일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사랑은 그 두 날개 중 어느 것이 없어도 온전하게 날지 못합니다.

육욕과 환상, 혼동되기 쉬운 사랑의 두 날개

「환상을 좇는 여인」은 바로 그런 망상 혹은 허상의 사랑과 그것이 집어내는 엉뚱한 비극을 그린 작품입니다. 여주인공 엘라는 겉보기에는 유복하면서도 별 특징 없는 유부녀지만, 내면으로는 엄청난 열정과 욕구를 지닌 여인의 표상입니다. 남편은 현실적으로는 유능하고 합리적인 사람일지 몰라도 시신(詩神)을 숭앙하는 엘라에게는 다만 물질적이고 둔감한 속인으로만 느껴지기만 합니다. 요컨대 육욕은 채워줄 수 있어도 환상을 품게 할 수는 없는 인간이었습니다.

이제야 그녀는 마치 어두운 곳에서 발이 무언가에 걸려 넘어진 사람처럼 그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생각으로만 그 주위를 맴돌면서 그것이 어떤 것일까 가늠해보았습니다. 희귀한 것인가, 평범한 것인가, 금이 들어 있나, 은이나 납이 들어 있나, 장애물인가 주춧돌인가, 그녀에게 중요한 것인가 별것이 아닌가를 생각해보았던 것입니다.

그녀는 막연한 결론을 내리게 되었고, 그 이후로 그녀는 자신을 소유한 사람의 우둔함과 고상하지 못함을 측은히 여겼습니다. 스스로도 가엾게 여기면서, 상상적인 일이나 공상 혹은 탄식을 통해 자신의 섬세하고 우아한 감정을 발산시킴으로써 겨우 생기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빠져 있는 상상의 세계는 남편이 알게 되더라도 크게 당황하지는 않을 그런 것이었습니다.

토머스 하디 영국의 소설가이자 시인 토머스 하디

만난 적 없는 시인에의 환상극단적인 좌절감의 비극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시인 트리위를 향한 엘라가 느끼는 그런 허상 속의 사랑은 어쩌면 남편과의 사랑이 달아주지 못한 환상의 날개를 달기 위한 엘라 나름의 절실한 노력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대상을 달리하다 보니 결국 두 사랑은 모두 불구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직 환상만으로 허상의 사랑을 꿈꾸다 절망한 트리위가 끝내 엘라의 사랑을 알아채지 못하고 자살하자 비극은 차례로 전염됩니다.

“오, 만일 그가 나를 알기만 했더라면…… 나를, 나를 알기만 했다면! 내가 그를 만나기만 했다면. 단 한 번이라도, 그래서 그의 뜨거운 이마에 내 손을 얹고…… 키스를 했더라면…… 내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려줄 수 있었다면…… 그를 위해 어떤 수치나 비방도 달게 받고 그를 위해 살고 그를 위해 죽겠다는 것을 알려줄 수만 있었다면! 그랬더라면 그 귀중한 목숨은 건질 수 있었을 것인데…… 그렇지만 아냐…… 그건 허용될 리 없어. 하느님은 질투가 심하거든. 그이와 나에게 그런 행복이 허용될 리가 없지.”

감정 과잉이 낳은 우스꽝스러운 파탄

먼저 비탄으로 쇠약해진 엘라가 아이를 낳다 죽고 육체 없는 사랑이었기에 오히려 과장되어 남겨진 그 살의 유물들은 남편까지 불행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뒤늦은 배신감과 분노로 정신을 잃은 남편은 멀쩡한 제 자식을 죽은 아내의 부정 (不貞) 이 끌어들인 남의 핏줄로 단정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그는 아이를 무릎 위에 앉히고 아이의 얼굴과 자세히 비교하였습니다. 잘 알려져 있으면서도 설명하기는 곤란한 자연의 술책으로 그 아이의 모습에는 분명히 엘라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남자와 닮은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그 시인의 꿈꾸는 듯한 독특한 표정이 마치 생각을 물려받았다는 듯 아이의 표정에 서려 있었으며 머리카락도 같은 색이었습니다.

“어쩐지 그럴 것 같더라니까.” 마치밀은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그놈하고 하숙집에서 놀아났었군! 어디 보자! 날짜가 8월 둘째 주고 태어난 것이 5월 셋째 주니…… 그래…… 그랬었군. 저리 가라, 이 못된 놈아! 넌 나와는 상관없는 놈이다!”

영국문단의 대표 작가 토머스 하디테스, 무명의 주드로 유명

토머스 하디는 19세기 후반의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원래는 건축을 공부하다가 당시의 인기 소설가인 조지 메러디스(1828~1909년)에게 인정받아 문단에 나왔습니다. 우리에게는 그의 대표작인 『테스』와 『귀향』으로 잘 알려져 있고 그 밖에 『캐스터브리지의 시장』, 『무명의 주드』 그리고 말년에 쓴 3부작 『패왕』 등이 있습니다.

하디는 비극주의적 정명론 (定命論) 을 자신의 철학으로 신봉했는데 그 흔적은 「환상을 좇는 여인」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엘라와 그 남편 그리고 시인 트리위가 겪게 되는 불행은 개인의 능동적 선택이라기보다는 그가 말한 ‘내재의지 (Immanent will)’ 에 의해 결정된 불변의 인간형을 바탕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 책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권 – 사랑의 여러 빛깔_환상을 좇는 여인」은

세계명작산책

1996년 처음 출간된 이래 20여 년간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이 새로운 판형과 현대적인 번역으로 다시 독자를 만납니다. 그간 변화해온 시대와 달라진 독서 지형을 반영해, 기존에 수록된 백여 편의 중단편 중 열두 편을 다른 작가 혹은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교체하고, 일본어 중역이 포함된 낡은 번역도 새로운 세대의 번역자들의 원전 번역으로 바꾸어 보다 현대적인 책으로 엮었습니다. 바뀌거나 더해진 것이 30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새로워진 개정판입니다.

엮은이인 이문열 작가는 초판 서문에서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속에 다양하면서도 잘 정리된 전범(典範)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래서 젊은 시절 작가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작품들의 목록을 추리고, 주제별로 세계의 다양한 나라의 작품들을 엮어내고 각 작품에 대한 해설까지 더했습니다. 모두를 납득시킬 만한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는 별수 없는 미진함이 남을지라도(혹은 그런 것이 불가능할지라도), 작가는 이 선집이 작가 자신의 문학 체험의 한 결산임을 분명히 밝히고,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문학 체험이 독자들에게도 전해지기를 기대합니다.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은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창작의 한 전범이자 기준이 될 것이며, 소설 연구자들에게는 주제별 비교가 가능한 텍스트로서, 그리고 대중 독자들에게는 수준 높은 세계명작들의 풍성한 세계를 접하는 첫 책으로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수록된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도 높은 수준의 문학 교양을 쌓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총 10권으로 기획된 시리즈 중 제1권 “사랑의 여러 빛깔”은 사랑의 본질 혹은 속성을 다룬 작품들을 모았습니다. <환상을 좇는여인>의 주인공 엘라는 실제로 본 적도 없는 시인 트위니에 허상의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의 별장에 우연히 머문 후, 그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 보기 시작하고 그의 문학에 관심이 있던 그녀는 점점 문학에서 사람 트위니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수만 가지 망상을 하며 그가 그녀에게 말을 걸며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으로 삶을 살다가,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알게 된 후 절망에 빠져 그녀 역시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처음 책을 낼 때부터 꼭 넣고 싶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넣지 못했던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슌킨 이야기>와 오 헨리의 <잊힌 결혼식>을 새로이 번역해 실었고, 테오도어 슈트롬의 <임멘 호수>와 안톤 체호프의 <사랑스러운 여인>은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읽습니다. 그 외에도 바실리 악쇼노프의 <달로 가는 도중에>, 프랑수아 샤토브리앙의 <르네>, 윌리엄 포크너의 <에밀리를 위한 장미>, 토머스 하디의 <환상을 쫓는 여인>, 알퐁스 도데의 <별>, 아니투어 슈니츨러의 <라이젠보그 남작의 운명>, 스탕달의 <바니나 바니니> 같은 세계적 문호들의 정수를 새롭게 다듬은 문장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지고지순한 사랑에서부터 치정 같은 사랑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사랑 이야기를 만나볼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책 「이문열 세계명작산책_1권 사랑의 여러 빛깔_환상을 좇는 여인」 가 궁금하신가요? 그렇다면 조금 더 책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기 위하여 책 제목을 눌러 도서 상세페이지로 이동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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