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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 잡을 수 없는 것의 아름다움 [이문열 세계명작산책_1권 사랑의 여러 빛깔_별]

멀고 잡을 수 없는 것의 아름다움 [이문열 세계명작산책_1권 사랑의 여러 빛깔_별]

이 짧고 아름다운 소설이 준 감동은 지금에 와서 되돌아보기조차 가슴 서늘한 시절의 추억 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1966년 가을, 다급한 마음으로 대입 검정고시를 준비하게 된 나는 고등학교 2, 3학년 교과서를 한꺼번에 사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흘을 기한으로 국어 교과서부터 통독해나가기 시작했는데 「별」은 바로 3학년 교과서에 실려 있었습니다.

아직도 어제 본 것처럼 기억에 생생합니다. 제가 「별」을 읽었던 날은 햇볕 쨍쨍한 가을날 아침이었습니다. 여름내 저 자신을 괴롭힌 질병에서 완전히 놓여나지 못한 몸으로 2학년 교과서를 정성 들여 통독하느라 한 이틀 무리한 탓에 미열까지 느끼며 3학년 교과서를 펴든 저는 이내 「별」과 만났습니다. 실제로 그 단편소설이 교과서 맨 앞에 실려 있었는지 아니면 그 무렵의 독서 습관대로 재미있는 것부터 읽어나가다 보니 그렇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 읽고 난 뒤 조금 전까지의 미열과는 다른 새로운 종류의 신열을 느끼며 골방 창문을 굳게 닫았습니다. 바깥의 쨍쨍한 햇볕이 방금 받은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해칠까 두려워서였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시험을 두 달 앞둔 다급한 처지도 잊은 채 하루 종일 어두운 골방에서 몽롱한 감상에 젖어 보내다가 해가 진 뒤에야 겨우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결국 그해 시험에서 수학이 낙제를 받는 바람에 이듬해 봄에야 대학에 진학할 자격을 얻게 되었는데, 그해의 실패에는 몽롱한 감상에 젖어 보낸 그 하루도 한몫했을 것입니다.

알퐁스 도데  프랑스의 소설 작가이자 극작가 알퐁스 도데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한 그리움, 이를 수 없는 곳에의 동경

그때 제가 그토록 큰 감동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저의 나이가 그 목동과 같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한창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한 그리움, 이를 수 없는 곳에서의 동경에 빠져 있었습니다. 열정은 대상이 추상화 될수록 오히려 치열해지고, 맑고 깨끗함이 아름다움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별처럼 멀고 잡을 수 없는 대상에 대한 풋사랑을 그토록 맑고 깨끗하게 그려낸 소설은 감동 그 자체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별빛을 바라보며 밤을 보낸 적이 있다면, 우리가 잠드는 시각에 또 하나의 신비스런 세계가 고독과 정적 속에서 눈을 뜬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때 샘물은 더욱 맑게 노래하며, 연못에서는 작은 불꽃들이 빛나게 되는 것입니다. 모든 산의 정령들이 자유롭게 오고 가며, 대기 속에서는 잘 분간할 수조차 없는 음향과 가볍게 스쳐 가는 듯한 소리가 들립니다. 그러한 음향들은 마치 나뭇가지가 자라고 풀잎이 돋아나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낮이 생물들의 세상이라면 밤은 사물들의 세상인 것입니다.

육욕과 타산, 독점욕이나 복수심 같은 공격성 없는 사랑

이제 나이 들고 세상일에 닳아빠진 심성으로 「별」을 다시 읽고 느끼는 감동이 옛날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이 목동의 짝사랑이 성숙한 사랑으로 가기 전의 어떤 원형적 감정인지, 아니면 사랑이 지향해야 할 어떤 승화된 단계인지조차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육욕과 타산에서 유리되고 어리석은 독점욕이나 복수심과도 같은 공격성을 수반하지 않는 이런 순수한 사랑의 감정도 사랑의 한 중요한 양태라는 것은 분명하며, 그런 뜻에서 이 「별」은 사랑을 주제로 한 단편의 한 전범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별들의 결혼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했을 때, 나는 무엇인가 신선하고 보드라운 것이 어깨 위에 가볍게 얹히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에게 살포시 기댄 것은, 잠이 들어 묵직해진 아가씨의 머리였으며, 리본과 레이스 그리고 물결치는 머리카락이 함께 부드럽게 스쳤습니다. 아가씨는 날이 밝아 하늘의 별들이 희미하게 사라질 때까지 꼼짝하지 않고 그렇게 있었습니다. 가슴이 약간 두근거렸지만, 아름다운 생각만을 보내준 청명한 밤의 신성한 보호를 받으며 나는 잠들어 있는 아가씨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별들이 양 떼처럼 말없이 조용한 운행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몇 번이나 별들 가운데서 가장 곱고 가장 빛나는 별이 길을 잃고 내려와 내 어깨 위에서 잠들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보았습니다. “

지막 수업으로도 유명한 프랑스 단편작가

작가 알퐁스 도데는 단편들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입니다. 그는 이 「별」이 들어 있는 『풍차방앗간에서 온 편지』라는 단편집으로 유명해졌고 우리 국어 교과서에 실린 또 다른 작품 「마지막 수업」이 들어 있는 『월요일의 이야기』란 작품집으로 탁월한 단편 작가로서의 명성을 굳혔습니다. 사실주의 계열의 장편도 여럿 썼으나 단편에서처럼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한 듯 합니다.

☞ 책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권 – 사랑의 여러 빛깔_별」은

세계명작산책

1996년 처음 출간된 이래 20여 년간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이 새로운 판형과 현대적인 번역으로 다시 독자를 만납니다. 그간 변화해온 시대와 달라진 독서 지형을 반영해, 기존에 수록된 백여 편의 중단편 중 열두 편을 다른 작가 혹은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교체하고, 일본어 중역이 포함된 낡은 번역도 새로운 세대의 번역자들의 원전 번역으로 바꾸어 보다 현대적인 책으로 엮었습니다. 바뀌거나 더해진 것이 30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새로워진 개정판입니다.

엮은이인 이문열 작가는 초판 서문에서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속에 다양하면서도 잘 정리된 전범(典範)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래서 젊은 시절 작가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작품들의 목록을 추리고, 주제별로 세계의 다양한 나라의 작품들을 엮어내고 각 작품에 대한 해설까지 더했습니다. 모두를 납득시킬 만한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는 별수 없는 미진함이 남을지라도(혹은 그런 것이 불가능할지라도), 작가는 이 선집이 작가 자신의 문학 체험의 한 결산임을 분명히 밝히고,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문학 체험이 독자들에게도 전해지기를 기대합니다.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은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창작의 한 전범이자 기준이 될 것이며, 소설 연구자들에게는 주제별 비교가 가능한 텍스트로서, 그리고 대중 독자들에게는 수준 높은 세계명작들의 풍성한 세계를 접하는 첫 책으로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수록된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도 높은 수준의 문학 교양을 쌓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총 10권으로 기획된 시리즈 중 제1권 “사랑의 여러 빛깔”은 사랑의 본질 혹은 속성을 다룬 작품들을 모았습니다. <별>의 주인공이자 목동인 화자는 주인 집 딸인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짝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노라드 아주머니와 꼬마 아이 미아로가 목동에게 올라오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주인 집 딸인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목동에게 예정된 식량 배달을 위해 올라온 것 이었습니다. 재밌게 대화를 하다가, 그만 갈 시간이 되어 헤어지게 되었지만 거짓말과도 같이 폭우로 인해 불어난 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되고 그날 밤을 같이 보내게 됩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사춘기 소년의 순수한 짝사랑을 잘 표현하고 있어 학창시절 우리들 누구나 한번씩은 해봤던 짝사랑의 기억을 다시금 상기시켜주기도 합니다.

처음 책을 낼 때부터 꼭 넣고 싶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넣지 못했던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슌킨 이야기>와 오 헨리의 <잊힌 결혼식>을 새로이 번역해 실었고, 테오도어 슈트롬의 <임멘 호수>와 안톤 체호프의 <사랑스러운 여인>은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읽습니다. 그 외에도 바실리 악쇼노프의 <달로 가는 도중에>, 프랑수아 샤토브리앙의 <르네>, 윌리엄 포크너의 <에밀리를 위한 장미>, 토머스 하디의 <환상을 쫓는 여인>, 알퐁스 도데의 <별>, 아니투어 슈니츨러의 <라이젠보그 남작의 운명>, 스탕달의 <바니나 바니니> 같은 세계적 문호들의 정수를 새롭게 다듬은 문장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지고지순한 사랑에서부터 치정 같은 사랑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사랑 이야기를 만나볼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책 「이문열 세계명작산책_1권 사랑의 여러 빛깔_별」 가 궁금하신가요? 그렇다면 조금 더 책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기 위하여 책 제목을 눌러 도서 상세페이지로 이동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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