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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같은 자본시장 한가운데서의 사랑과 결혼 [이문열 세계명작산책_1권 사랑의 여러 빛깔_잊힌 결혼식]

불같은 자본시장 한가운데서의 사랑과 결혼 [이문열 세계명작산책_1권 사랑의 여러 빛깔_잊힌 결혼식]

‘세계 3대 단편작가’ 오헨리의 독특한 단편

예전에 무엇이든 순서를 매겨 ‘세계 5대 산맥’이니 ‘세계 3대 미항美港’이니 하는 식으로 묶어서 외우기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 ‘세계 3대 단편작가’로는 당연히 체호프, 모파상, 오 헨리를 외웠는데, 이제 『세계명작산책』을 다 묶고 보니 오 헨리의 작품이 빠져 있는 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3대니 5대니 하며 순서 매기고 묶기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으나, 이번에 다시 작품을 첨가할 기회가 있어, 1권 ‘사랑의 여러 빛깔’ 편에 오 헨리의 단편 「잊힌 결혼식」를 한 편 보태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곧 돈인 치열한 증권시장에서의 희극적 상황

오 헨리의 단편 중에는 「마지막 잎새」나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명품들도 있지만, ‘사랑의 여러 빛깔’이란 주제를 살피는 데는 이 짧은 단편도 별난 효용이 있을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발흥기의 증권은 작은 투자의 통합집중으로 거대자본을 형성하고 그 효용 또는 생산인 이윤을 다시 투자의 크기에 따라 나누는 방식으로 당대 자본시장의 중심이 됩니다. 그리고 증권거래소는 그 시장의 요염하면서도 치명적인 꽃입니다. 거기서는 정보의 크기나 무게보다 수신과 활용의 속도가 더 강조되고, 그래서 자본주의 그 어느 시장보다 시간이 곧 돈으로 치환되는 치열한 시장이 됩니다.

“레슬리 양.”

그는 다급히 말문을 열었다.

“겨우 좀 틈을 냈는데 그동안 빨리 매듭짓고 싶어요. 내 아내가 돼줄 수 있겠소? 솔직히 말해서 당신에게 청혼할 시간적 여유라곤 없기 때문이라오. 하지만 정말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빨리 대답해줘요. 부탁이에요. 저 사람들은 지금 시세가 떨어진 유니언 퍼시픽 회사의 주권을 팔아 치우려고들 하고 있소.”

“그런데 당신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

젊은 부인이 외쳤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눈이 휘둥그레진 채 그를 쳐다보았다.

쏟아지는 정보 속, 아내에게 청혼하는 상황극

잡다하게 쏟아지는 정보를 시간에 맞춰 수신 전달 혹은 직접 대응하면서 받는 업무 스트레스와 함께 자본시장의 심장부에서 사랑도 상시적인 감각으로만 남고 결혼식의 기억도 그 대책 없는 분주함에 이내 의식 밑바닥으로 잠재해버리는 그런 상황을 이 작품은 그저 웃으면서 볼 수만은 없는 희비극으로 섬뜩하게 연출해내고 있습니다.

속기사는 매우 야릇하게 거동했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서 어리둥절해했다. 그러더니 그 놀란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윽고 그 눈에서는 맑은 미소가 어리면서 증권 브로커의 목을 그녀의 한쪽 팔이 부드럽게 껴안았다.

“이제 알았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다정했다.

“원인은 이 사업 때문이에요. 이 일 때문에 당신은 다른 건 모두 잊어버린 거예요. 처음엔 저도 놀랐어요. 하비, 당신 생각 안 나요? 우리가 어제 저녁 여덟 시에 저 모퉁이에 있는 자그만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 것 말이에요.”

☞ 책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권 – 사랑의 여러 빛깔_잊힌 결혼식」은

세계명작산책

1996년 처음 출간된 이래 20여 년간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이 새로운 판형과 현대적인 번역으로 다시 독자를 만납니다. 그간 변화해온 시대와 달라진 독서 지형을 반영해, 기존에 수록된 백여 편의 중단편 중 열두 편을 다른 작가 혹은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교체하고, 일본어 중역이 포함된 낡은 번역도 새로운 세대의 번역자들의 원전 번역으로 바꾸어 보다 현대적인 책으로 엮었습니다. 바뀌거나 더해진 것이 30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새로워진 개정판입니다.

엮은이인 이문열 작가는 초판 서문에서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속에 다양하면서도 잘 정리된 전범(典範)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래서 젊은 시절 작가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작품들의 목록을 추리고, 주제별로 세계의 다양한 나라의 작품들을 엮어내고 각 작품에 대한 해설까지 더했습니다. 모두를 납득시킬 만한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는 별수 없는 미진함이 남을지라도(혹은 그런 것이 불가능할지라도), 작가는 이 선집이 작가 자신의 문학 체험의 한 결산임을 분명히 밝히고,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문학 체험이 독자들에게도 전해지기를 기대합니다.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은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창작의 한 전범이자 기준이 될 것이며, 소설 연구자들에게는 주제별 비교가 가능한 텍스트로서, 그리고 대중 독자들에게는 수준 높은 세계명작들의 풍성한 세계를 접하는 첫 책으로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수록된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도 높은 수준의 문학 교양을 쌓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총 10권으로 기획된 시리즈 중 제1권 “사랑의 여러 빛깔”은 사랑의 본질 혹은 속성을 다룬 작품들을 모았습니다. <잊힌 결혼식>의 주인공인 하비는 사랑을 할 시간도 없는 매우 바쁜 증권가 사람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랑하는 사람인 레슬리 양을 만나 결혼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했음을 기억하지 못하고 다시 그녀에게 청혼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당시 증권가의 바쁜 상황을 예측할 수 있으면서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기억하지 못하는 하비가 안쓰럽기도 합니다.

처음 책을 낼 때부터 꼭 넣고 싶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넣지 못했던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슌킨 이야기>와 오 헨리의 <잊힌 결혼식>을 새로이 번역해 실었고, 테오도어 슈트롬의 <임멘 호수>와 안톤 체호프의 <사랑스러운 여인>은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읽습니다. 그 외에도 바실리 악쇼노프의 <달로 가는 도중에>, 프랑수아 샤토브리앙의 <르네>, 윌리엄 포크너의 <에밀리를 위한 장미>, 토머스 하디의 <환상을 쫓는 여인>, 알퐁스 도데의 <별>, 아니투어 슈니츨러의 <라이젠보그 남작의 운명>, 스탕달의 <바니나 바니니> 같은 세계적 문호들의 정수를 새롭게 다듬은 문장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지고지순한 사랑에서부터 치정 같은 사랑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사랑 이야기를 만나볼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책 「이문열 세계명작산책_1권 사랑의 여러 빛깔_라이젠보그 남작의 운명」 가 궁금하신가요? 그렇다면 조금 더 책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기 위하여 책 제목을 눌러 도서 상세페이지로 이동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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