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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속인을 통한 죽음의 성찰 [이문열 세계명작산책_2권 죽음의 미학_이반 일리치의 죽음]

한 속인을 통한 죽음의 성찰 [이문열 세계명작산책_2권 죽음의 미학_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반 일리치의 인생은 너무나 단순하고 평범했으며, 그래서 너무나 끔찍했다.”(p41)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죽음을 주제로 한 단편으로는 고전적인 명작입니다. 헤밍웨이에게는 좀 미안한 말이지만, 그의 「킬리만자로의 눈」은 주인공을 둘러싼 장치들만 조금씩 다를 뿐 여러 면에서 이 작품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헤밍웨이 킬리만자로의 눈과 이란성 쌍둥이 같은 소설

우선 주인공의 성격부터가 그렇다. 얼핏 보면 두 주인공은 한쪽이 약간 건달기가 있고 인생을 헤맨 축인 데 비해, 다른 한쪽은 외견상 성실하고 비교적 순조로운 상승의 길을 걸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납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다 같이 거룩함이나 영원성 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 속인(俗人)입니다.

“말하자면 그는 평생 동안 유능하고 쾌활하고 싹싹하고 사교적인 남자, 하지만 자신의 의무로 여기는 일은 엄격하게 실행하는 남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의무로 여기는 일은 높은 양반들이 그의 의무로 생각하는 일, 바로 그것이었다. 소년 시절에도, 어른이 된 뒤에도 그는 결코 남에게 아첨하는 일이 없었지만, 파리가 빛에 끌려들 듯 지체 높은 사람들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은 아주 어릴 때부터 그의 천성이었다.”(p42)

“사실, 그 집의 실내장식은 그다지 부자도 아니면서 부자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이런 사람들은 재산이 많지 않으니까 독특한 멋은 부릴 수 없고, 따라서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을 흉내 내는 데만 성공할 뿐이다. 그들의 집에는 어김없이 다 마스크 천으로 만든 시트와 식탁보, 흑단 목재, 화분, 깔개, 둔탁한 빛을 내는 청동 제품 따위가 갖추어져 있다. 이런 것들은 어떤 계층의 사람들이 같은 계층의 사람들과 비슷해지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두는 것들이다. 이반 일리치의 집도 다른 사람들의 집과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비슷했지만, 그의 눈에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집처럼 보였다.” (p60~61)

서서히 죽어가는 사내의 회한

부인(아니다, 나는 죽지 않는다)과 분개(왜 하필 나인가), 타협 혹은 거래(이번엔 살아나면, 살려만 준다면, 신에게 혹은 윤리적으로 보다 나은 인간이 되겠다), 체념(할 수 없지, 그렇구나), 친화(이런저런 이유로 죽음이 빨리 왔으면, 이런 이유로 나는 기꺼이 죽음을 껴안을 수 있다) 같은 죽음의 단계에 대한 현대 임상심리학의 관찰들도, 체계적으로 수용되어 있지는 않지만 두 작품 모두에 대부분 반영되어 있다.

“자신이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게라심이 옆방으로 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더 이상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고 어린애처럼 울기 시작했다. 자신의 무력함, 끔찍한 고독, 인간의 잔인함, 신의 잔인함 그리고 신의 부재를 한탄하며 흐느껴 울었다. “주여, 왜 이런 짓을 하십니까? 왜 나를 이 세상으로 데려왔습니까? 왜, 도대체 무엇 때문에 나를 이토록 괴롭히십니까?””(p115)

“그렇게 일 년이 지나고, 이 년이 지나고, 십 년이 지나고, 이십 년이 지났건만, 그 모든 것은 여전히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지겨워질 뿐이었다. ‘나는 위로 올라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실은 그동안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던 모양이군. 아니, 그런 모양이 아니라 실제로 그랬어. 사람들 눈에는 내가 위로 올라가고 있었지만, 그만큼 생명은 썰물처럼 나한테서 멀어져가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이제 생명은 다 끝났고, 남은 건 죽음뿐이야.’”(p117~118)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다룬 단편소설의 전범

이 같은 형식과 내용 면에서의 중복적 요소 때문에 나는 죽음을 주제로 한 단편의 전범으로는 두 작품이 택일적(擇一的)이라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선택은 쉽지 않았다. 감각적으로는 「킬리만자로의 눈」이 현대의 독자들에게 더 가깝지만, 죽음에 대한 성찰의 깊이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 쪽이 더한 듯 느껴졌습니다. 주인공의 삶을 서술하는 방식도 하나는 입체적이고 생생한 대신 진지함이 모자라고, 다른 하나는 평면적이고 지리한 대신 꼼꼼하고 성실한 산문정신이 돋보입니다.

망설임 끝에 두 작품을 모두 다 싣습니다. 독자들도 두 작품을 비교하며 읽어보면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워낙 오래되고 널리 읽힌 작품이라 새삼스런 작품 해설은 보태지 않겠습니다.

“전에는 도저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되던 일, 즉 자기가 인생을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결국 옳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지위 높은 사람들이 좋게 생각하는 것과 맞서 싸우려고 애쓴 적도 몇 번 있었지만, 그런 노력은 겨우 감지할 수 있을 만큼 미미한 것이었다. 어쩌다 한 번씩 그런 가벼운 충동을 느껴도 당장에 억눌러버리곤 했다. 하지만 어쩌면 그런 미미한 노력과 가벼운 충동만이 진짜이고 나머지는 모두 가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직무도, 생활도, 가족에 대한 약속도, 사교상의 관계는 물론 업무상의 관계도 모두 가짜였을지 모른다. 그는 이 모든 것들을 변호하려고 애썼지만, 자기가 변호하고 있는 대상이 얼마나 허약한가를 불현듯 깨달았다. 변호할 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반듯이 누운 채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는 아침에 먼저 하인을 보았고, 다음에는 아내를 보았으며, 다음에는 딸을 보았고, 그다음에는 의사를 보았다. 그들의 언행 하나하나가 간밤에 그가 깨달은 무서운 진실을 뒷받침해주었다. 그것들 속에서 이반 일리치는 자기 자신, 즉 그의 인생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은 순전히 가짜이며, 삶과 죽음을 덮어버린 무섭고도 거대한 기만이라는 것을 분명히 깨달았다. 이러한 자각은 육체적 고통을 열 배나 가중시켰다. 그는 신음하며 마구 뒹굴었고, 숨이 막혀서 옷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이런 이유 때문에 아내와 딸과 의사를 증오했다.” (p125~126)

톨스토이 러시아의 소설가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러시아 문학의 양대 거봉

작가 톨스토이는 도스토옙스키와 더불어 러시아 문학의 양대 거봉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정신사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작가입니다. 거기다가 80세의 고령을 누리면서 남긴 문화적 유산과 일화도 많아 그를 짧게 요약하기는 불가능합니다. 톨스토이에 관해 알고 싶으면 역시 시간을 따로 내기를 권합니다.

☞ 책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권 – 죽음의 미학_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1996년 처음 출간된 이래 20여 년간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이 새로운 판형과 현대적인 번역으로 다시 독자를 만납니다. 그간 변화해온 시대와 달라진 독서 지형을 반영해, 기존에 수록된 백여 편의 중단편 중 열두 편을 다른 작가 혹은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교체하고, 일본어 중역이 포함된 낡은 번역도 새로운 세대의 번역자들의 원전 번역으로 바꾸어 보다 현대적인 책으로 엮었습니다. 바뀌거나 더해진 것이 30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새로워진 개정판입니다.

엮은이인 이문열 작가는 초판 서문에서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속에 다양하면서도 잘 정리된 전범(典範)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래서 젊은 시절 작가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작품들의 목록을 추리고, 주제별로 세계의 다양한 나라의 작품들을 엮어내고 각 작품에 대한 해설까지 더했습니다. 모두를 납득시킬 만한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는 별수 없는 미진함이 남을지라도(혹은 그런 것이 불가능할지라도), 작가는 이 선집이 작가 자신의 문학 체험의 한 결산임을 분명히 밝히고,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문학 체험이 독자들에게도 전해지기를 기대합니다.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은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창작의 한 전범이자 기준이 될 것이며, 소설 연구자들에게는 주제별 비교가 가능한 텍스트로서, 그리고 대중 독자들에게는 수준 높은 세계명작들의 풍성한 세계를 접하는 첫 책으로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수록된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도 높은 수준의 문학 교양을 쌓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총 10권으로 기획된 시리즈 중 우선 1권과 2권이 동시 출간됐습니다. 2권 “죽음의 미학”은 죽음을 주제로 한 중단편 9편을 모았습니다.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닥쳐오는 죽음은 우리 모두의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또한 바로 그런 이유로 죽음은 삶을 삶답게 하는 전제가 됩니다. 죽음이 찾아온다는 것이 모든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면, 다만 모두에게 다른 것은 죽음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우러를 것인가, 예비하고 다가갈 것인가, 혐오하고 두려워할 것인가, 할 수 있는 한 기피할 것인가. 우리 삶의 무수한 선택이 죽음에 대한 이 선택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소설은 자주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워 삶을 이야기합니다. 2권에 수록된 9편의 중단편을 통해 문학이 다루는 “죽음의 미학”을 살펴보는 것은 인간 삶의 가장 본질적인 순간들을 체험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스티븐 크레인의 <구명정>과 마르셀 프루스트의 <발다사르 실방드르의 죽음>을 새로이 번역해 실었고, 기존에 중역했던 헤르만 헤세의 중편 <크눌프>는 원전을 재번역해서 수록했습니다. 그 외에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잭 런던의 <불 지피기>, 셔우드 앤더슨의 <숲속의 죽음>,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 샤를 루이 필리프의 <앨리스>, 바이올렛 헌트의 <마차>와 같은 세계적 문호들의 작품을 문장을 다듬어 새롭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죽음’과 ‘삶’이라는 거대한 주제가 거장들의 손길을 거쳐 독자들에게 ‘미적 체험’으로 다가오는 독특한 순간들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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