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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욕이 빚어낸 특이한 죽음의 양상 [이문열 세계명작산책_2권 죽음의 미학_앨리스]

독점욕이 빚어낸 특이한 죽음의 양상 [이문열 세계명작산책_2권 죽음의 미학_앨리스]

<이 글은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권 「죽음의 미학」에 실린 작가 이문열의 해설을 인용한 것입니다.>

죽음에 이르는 일곱살 아이의 질투

“날 학교에 보내면, 난 아파서 죽어버릴 테야.” …… 사실상 랄티고 집안에는 아이들이 잘 걸리는 병이 있기 때문이었다. 랄티고 부인은 사 년 동안에 아이를 셋 낳았는데, 셋 다 일주일 만에 죽어버렸다. 그래서 죽는다는 말을 듣기만 해도 무서워했다. 앨리스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p472)

「앨리스」는 일곱 살 난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단순 구성의 소품이다. 어머니의 사랑을 독점하기 위해 학교조차 거부하고 집 안을 맴돌던 앨리스는 새로 태어난 동생과 어머니의 사랑을 나누기를 거부한다. 어머니에게 동생과 자신 중에 택일하기를 강요하던 그녀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자 질투는 절망으로 변해 스스로 굶어 죽고 만다.

게다가 그 애는 동생이란 건 생후 일주일이 되면 죽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 애는 세 번이나 잇따라 그런 경험을 했던 것이다. 처음 얼마 동안 그 애는 사람들이 모두 갓난아이를 둘러싸고 돌보고 있는 것을 보아도 그리 샘이 나지 않았다. …… 앨리스의 마음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처음에는 아무도 몰랐다. 앨리스가 아침에 잠을 깨면 으레, “엄마, 아기 죽었어?” 하고 묻는 것도 형제간 사랑의 감정에서 그러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p474~475)

‘이런 게 사람’…죽음의 한 특이한 양상

과연 이 작품이 단편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백 편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러나 죽음의 한 특이한 양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선집에 낄 최소한의 자격은 있다고 본다. 일곱 살 난 계집아이가 질투로 미쳐 죽을 수도 있다. 이런 게 사람이다.

“아기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을 테야.” 그 애는 약속을 지켰다. 앨리스가 이 세상에서 보낸 마지막 수개월 동안 그 애는 하루 종일 조그마한 의자 위에 앉아 있었다. 그 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우울한 눈으로 엄마의 일거일동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 눈초리는 마치 우울증으로 죽어가는 미치광이의 그것과도 같았다. 그 애는 아무것도 먹으려 하지 않았다. …… 앨리스는 엄마가 자기에게서 빼앗아 갓난 동생에게 준 모든 애정에 복 수를 한 것이었다. 앨리스는 일곱 살에 질투로 인해 죽었다. 그 애는 조그마한 의자 위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옆으로 쓰러졌다. 급히 안아 올리려고 했지만, 그 애는 이미 죽어 있었다. (p476~478)



애정 어린 시각으로 프랑스 하층계급 삶 다룬 소설가

작가 샤를 루이 필리프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민중소설가이다. 중부 프랑스의 가난한 목화공의 아들로 태어나 스무 살 때 파리 시청 공무원으로 취직한 그는 이때부터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를 읽으며 소설 창작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가난한 자신의 성장 체험을 바탕으로 당시 프랑스 하층계급 사람들의 삶을 사실적이면서도 애정 어린 시각으로 묘사하여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대표작 『뷔뷔 드 몽파르나스』를 비롯해 『어머니와 아들』, 『네 개의 슬픈 사랑 이야기』와 단편집 『작은 집 에서』 등은 하나같이 과장이나 설교의 어조를 통하지 않고 따뜻하고 인정에 찬 목소리로 당시의 생활을 들려주고 있다. 그러나 민중을 향한 작가의 행보는 길지 못했다. 한창 창작열을 불태워야 할 35세의 나이로 요절했기 때문이다.

☞책 『이문열 세계명작산책』은…

1996년 처음 출간된 이래 20여 년간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이 새로운 판형과 현대적인 번역으로 다시 독자를 만납니다. 그간 변화해온 시대와 달라진 독서 지형을 반영해, 기존에 수록된 백여 편의 중단편 중 열두 편을 다른 작가 혹은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교체하고, 일본어 중역이 포함된 낡은 번역도 새로운 세대의 번역자들의 원전 번역으로 바꾸어 보다 현대적인 책으로 엮었습니다. 바뀌거나 더해진 것이 30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새로워진 개정판입니다.

엮은이인 이문열 작가는 초판 서문에서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속에 다양하면서도 잘 정리된 전범(典範)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래서 젊은 시절 작가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작품들의 목록을 추리고, 주제별로 세계의 다양한 나라의 작품들을 엮어내고 각 작품에 대한 해설까지 더했습니다. 모두를 납득시킬 만한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는 별수 없는 미진함이 남을지라도(혹은 그런 것이 불가능할지라도), 작가는 이 선집이 작가 자신의 문학 체험의 한 결산임을 분명히 밝히고,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문학 체험이 독자들에게도 전해지기를 기대합니다.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은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창작의 한 전범이자 기준이 될 것이며, 소설 연구자들에게는 주제별 비교가 가능한 텍스트로서, 그리고 대중 독자들에게는 수준 높은 세계명작들의 풍성한 세계를 접하는 첫 책으로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수록된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도 높은 수준의 문학 교양을 쌓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총 10권으로 기획된 시리즈 중 우선 1권과 2권이 동시 출간됐습니다. 2권 “죽음의 미학”은 죽음을 주제로 한 중단편 9편을 모았습니다.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닥쳐오는 죽음은 우리 모두의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또한 바로 그런 이유로 죽음은 삶을 삶답게 하는 전제가 됩니다. 죽음이 찾아온다는 것이 모든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면, 다만 모두에게 다른 것은 죽음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우러를 것인가, 예비하고 다가갈 것인가, 혐오하고 두려워할 것인가, 할 수 있는 한 기피할 것인가. 우리 삶의 무수한 선택이 죽음에 대한 이 선택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소설은 자주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워 삶을 이야기합니다. 2권에 수록된 9편의 중단편을 통해 문학이 다루는 “죽음의 미학”을 살펴보는 것은 인간 삶의 가장 본질적인 순간들을 체험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스티븐 크레인의 <구명정>과 마르셀 프루스트의 <발다사르 실방드르의 죽음>을 새로이 번역해 실었고, 기존에 중역했던 헤르만 헤세의 중편 <크눌프>는 원전을 재번역해서 수록했습니다. 그 외에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잭 런던의 <불 지피기>, 셔우드 앤더슨의 <숲속의 죽음>,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 샤를 루이 필리프의 <앨리스>, 바이올렛 헌트의 <마차>와 같은 세계적 문호들의 작품을 문장을 다듬어 새롭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죽음’과 ‘삶’이라는 거대한 주제가 거장들의 손길을 거쳐 독자들에게 ‘미적 체험’으로 다가오는 독특한 순간들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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